2011. 5. 13. 15:23

[예고된 4대강 사고]대형 상수도관 무방비 노출 주민들 “언제 또 터질지 걱정” - 경향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122200165&code=940701
 

[예고된 4대강 사고]

대형 상수도관 무방비 노출 주민들 “언제 또 터질지 걱정”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입력 : 2011-05-12 22:00:16ㅣ수정 : 2011-05-12 22:00:18
 
사고 난 영산강 광주 서창교 일대 르포
 

 

12일 오후 광주 서구 서창동 문촌마을. 주민 10여명이 동네 입구 다리 서창교에서 영산강을 바라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불만을 털어놨다.

“허술하게 공사를 하더니 사단이 나부렀구만.” “며칠 전부터 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무런 대비도 안하고….”

이곳은 4대강 공사가 한창인 영산강 6공구 사업 구간. 다리 밑엔 사흘째 내린 비로 불어난 물살이 급하게 흐르고 있었다. 큰 나무가 걸린 교각 군데 군데엔 큰 소용돌이가 일어 다리 전체가 흔들거렸다. 다리 상류 50여m 지점엔 미처 치우지 못한 바위 덩어리를 타고 강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이날까지 영산강 일대에 내린 비는 140~150㎜였다. 



◇ 대규모 준설이 낳은 사고 = 이 마을은 하루 전 오후 4시부터 수돗물이 끊겼다. 15여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15분 물이 다시 공급됐다.

하지만 임시로 놓은 소용량 수도관(지름 50㎜)이 영 미덥지 않은 표정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두어달 전에서 강파기를 하던 포클레인이 상수도관을 깨뜨려 반나절 이상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영표 이장(51)은 “또 이런 일을 당하니 황당하다”면서 “대규모로 강바닥을 파면서 상수도관이 뻔히 노출돼 사고가 예고됐는데 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피해를 입은 이웃 신야촌 마을 서기춘씨(56)도 “사고를 냈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면서 “장마철이 되면 어떤 사고가 날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상수도관 파손 사고는 대대적인 준설로 강 위로 드러난 상수도관(지름 200㎜)을 따라 친 보호막이 거센 물살을 받아 관을 압박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영산강으로 대형 상수도관이 6개나 지나가고 있는데, 공사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 거대한 수족관 될 영산강 = 강마을 주민들은 앞으로 ‘영산강 사업’이 마무리되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굽이굽이 펼쳐지던 물길이 직선이 되고, 바닥마저 훨씬 깊어지면서 ‘공포의 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영산강 사업’ 공정은 94.3%. 올해 안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승촌보 인근 학산마을 김모씨(47)은 “여름철이면 마을 앞은 수영하기 좋은 강어귀가 많아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면서 “수심도 깊고, 물살도 거세 인명피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더욱 마음을 졸이고 있다. 나주배 농민 김진호씨(39·나주시 금천면)는 “강이 호수화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안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안개는 배농사는 물론 나주평야 벼농사에도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현 4대강사업중단 광주전남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영산강 전체가 수심 5m 이상이 되는 거대한 수족관으로 변해가면서 돌발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 주변에 살아온 사람들과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버거운 몸부림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