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7632.html
트위터의 힘! 이번엔 구미 갈증 씻어줬다
‘단수 고통 겪는 구민 시민들 돕자’ 트위터리언 뜻 모아
‘물공급 원정대’ 구성…12일 생수 2300통 구매해 직접 전달
기사등록 : 2011-05-12 오후 03:45:09 기사수정 : 2011-05-12 오후 06:24:56
» ‘구미 트윗친구들 물공급 원정대’가 구미 시민에게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 출처: 파워 트위터리안 박대용(@biguse)씨
길어지는 구미 단수 사태로 정부의 뒤늦은 대응에 비판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트위터 이용자들의 발빠른 도움의 손길이 화제다.
트위터 이용자이자 춘천 <문화방송>(MBC) 기자인 박대용(@biguse·37)씨는 12일 트위터 등에서 이어지는 구미 시민들의 단수 고통을 보며 트위터 친구들과 “무엇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마침 “일본 지진피해에 생수다 생식품이다 보내주면서 4일째 물이 나오지 않는 구미시민들은 정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는 김주하(@kimjuha) 문화방송 앵커의 멘트로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씨와 지인들의 이야기는 여러 트위터 이용자들이 동참의 뜻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누리꾼 김성주(@kimseongjoo)씨는 트위터 안의 모임 누리집인 ‘트윗밋’에 ‘구미 트윗친구들 물공급 원정대’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하루 사이에 14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참가했고, 참가는 못해도 성금을 보태고 싶다는 이들의 참여로 삽시간에 150만원이 모였다.
박씨는 12일 새벽 아버지와 함께 차에 생수를 싣고 구미로 달렸다. 미디어몽구(@mediamongu)와 김성주씨도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까지 구미 봉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 등에 2300통(2ℓ들이 1200통, 500㎖들이 1100통)의 생수를 단수에 신음하는 시민들의 집앞으로 배달했다. 박씨는 “성금으로 인근에서 계속 생수를 사서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현장 상황이 정부와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한다. “정부는 물 공급 재개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재개되었다는 지역도 어떤 곳은 공급되고 어떤 지역은 단수가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온도차가 크다. 심지어 취재 기자와 구미 시민들조차 잘 모를 정도다.”
이번 ‘원정대’는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구성되는 ‘긴급 지원체계’의 진일보한 형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지원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금모으기 등 자발적 시민 모임은 여러 차례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활동은 여기에 트위터를 통한 정보력과 역동성의 날개를 달아 ‘시민 비상연락망’으로 발전했다 할 만하다.
좋은 예가 단수가 된 지역을 트위터의 집단지식을 통해 세밀하게 집어내는 힘이다. 정부와 언론이 “공급이 재개되었다”고 한 지역도 아파트 단지별로 흙탕물이 나오거나, 물이 찔끔찔끔 떨어지는 등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물이 필요한 이들이 날리는 트윗으로 원정대는 필요한 곳에 ‘정밀타격’을 할 수 있었다. 박씨는 “아파트에서 한 명이 트윗을 날려 수백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에 놀랐다”며 “단수 사태 때문에 트위터를 시작하는 구미 분들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이번에 달려간 4명은 ‘물공급 원정대’의 선발대다. 참여 의사를 밝힌 트위터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13일부터 ‘본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박씨는 물을 나르는 와중에도 “학교도 물이 안 나와서 단축 수업을 할 정도의 재난상황”이라며 “물공급 원정대를 모집한다”고 트윗을 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