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390525.html
* "간첩으로 몰린 민주노동당원 K씨"는 민중의소리 전면에 노출된 제목입니다.
'합참 전산센터 자료유출' 혐의 K씨, “회사에서 가라고 해서 갔을 뿐이다"
김만중 기자 kmj@vop.co.kr ㅣ 입력 2011-05-05 13:08:30 / 수정 2011-05-06 17:10:

지난 2일 조선일보는 '합참 전산센터 4년 출입, 기밀 빼냈다'는 제목의 톱기사를 포함해 1면과 3면을 할애해 웹 개발자 K씨의 '간첩활동'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K씨가 합참의 ‘통합지휘통제체계 제안요청서'와 우리 군 ‘노드IP주소’ 등 군 기밀을 유출해 북한으로 넘겼을 가능성이 커 공안당국이 수사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K씨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사이트 ‘려명’ 관계자와 이메일로 접촉했으며, 정부기관·은행 등의 전산자료를 유출한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아니라 2002년 K씨가 민주노동당 당게시판에 쓴 ‘주체사상’ 관련 글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받은 사실과 2003년 민주노동당 당게시판에서 논객 진중권씨와 논쟁을 벌이다 “간첩질이라도 하겠다”라고 쓴 대목, 그리고 2007년과 2008년 금강산에 다녀온 사실 등을 거론하며 K씨가 심각한 '간첩활동'을 했던 것처럼 보도했다.
K씨는 4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명백히 허위인 부분이 있고 사실을 왜곡한 부분도 있다"면서 "뚜렷한 증거도 없이 '간첩'으로 몰아가려는 여론재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N사에 입사 후 군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가 N사에 입사원서를 넣은 게 아니라, N사가 나를 스카우트한 것”이라며 “합참과 군에 간 것도 회사가 시켜서 우리 회사 프로그램 고치러 간 것이지, 내 발로 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씨는 노드IP 등 군 기밀정보를 빼내 북한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내가 제3자에게 자료를 빼돌렸다면 구속영장에 이 내용이 반드시 들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에 이 같은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면서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명'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메일은 주고받은 적이 있으나 북한 도서에 대한 질문이었을 뿐”이라며 “질문 이메일 이외에는 어떤 교류나 만남도 없었다”고 말했다.
K씨는 이어 “몇몇 정부기관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유지·보수를 한 적은 있지만, 전산자료에 대해서는 보고 들은 적도 없다”며 “유출한 적은 더더구나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K씨와 나눈 일문일답.
-나이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나이는 1967년 생으로 올해 만 44살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하는 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대학·기업·병원 등 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자체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주로 한다. 예를 들어 충남 당진에 위치한 신성대학 등에서 학점 관리 프로그램, 증명서 발급기기 시스템을 만들었다. 순천향대학 병원에선 물품 관리 프로그램, 처방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업의 경우는 기업회계, 자산관리, 인사관리급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고객 맞춤형 소프트웨어 개발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시 고객 인터뷰와 고객 자료분석이 필수다. 그래서 고객이 지방에 있으면 현장에 자주 내려가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시로 체크하기도 한다. 아예 사무실을 고객 회사 근처에 잡고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있다.”
- 지금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나.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나서 전쟁위기가 고조되던 시점에 트위터에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안된다’는 논조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하루인가 이틀 만에 경기경찰청광역수사대 보안과에서 ”조사할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뒤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 형사들이 12월 2일 우리 집과 회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찾아왔다. 형사들은 우리 집에 있던 삼성 노트북과 외장하드 1개, 북한 관련 도서 30여 권과 회사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가져갔다.
경찰은 압수물품을 분석한 뒤 작년 12월 8일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경기 대공분실로 나를 불러 조사했다. 수사관은 자신의 신분을 경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이라고 밝혔다.
소환조사는 2010년 12월8일부터 2011년 2월 말까지 매주 1회,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뤄졌다. 이후 수사는 검찰로 넘어갔다. 3월엔 수사가 없었고, 4월엔 검찰조사를 받았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3년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간첩질 할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실제로 본인이 올렸나.
“2003년 8월 정도에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쓴 ‘이북과 다양한 형태의 접촉은 존중되어야 합니다’라는 글에서 해당 표현을 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말은 진중권씨와 논쟁을 벌이다가 단지 이북과 다양한 접촉과 교류가 활성화되고,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일 뿐이다. 실제 당시 이 글과 관련해서 어떤 수사도 받은 바 없다”
-핵심적인 혐의는 합참의 통합지휘통신체계(KJCCS)프로젝트에 참여해 KJCCS 제안요청서와 노드IP 빼냈다는 것이다. 사실인가.
“합참 KJCCS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회사는 우리 회사가 납품한 프로그램만 들여다볼 수 있다.
방대한 KJCCS에서 N사는 전체적으로 4개 프로그램만 납품했다. 우리가 납품한 프로그램이 아닌 나머지 KJCCS는 우리와 아무 관계가 없다.
N사는 웹 어플리케이션시스템 관리(WPM), 서버 장비성능관리(SMS), 데이타베이스 성능관리(DPM), 네트워크 성능관리(NMS) 등을 맡았다. 이중 나는 부서원 2명과 함께 WPM 일만 맡았다. 내가 맡은 부분이 아닌 KJCCS 쪽은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부분이다.
KJCCS 제안요청서와 노드 IP주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프로그램 수리를 위해서는 무엇을 제안하는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드 IP주소란 서버 수정을 위해 일종의 ‘관리자서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고유 IP 정보이다. 일종의 서버 비밀번호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서버 관리하러 온 사람이니 작업을 의뢰한 쪽이 노드 IP를 알려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KICCS 제안요청서와 노드IP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보도다. 맹세코 그런 사실이 없다. 중요한 고객 정보를 왜 외부에 알리나. 외부 유출은 절대적으로 없었다.
내가 제3자에게 자료를 빼돌렸다면 구속영장에 이 내용이 반드시 들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에 이 같은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정부기관·은행 전산자료를 유출했다는 혐의도 보도됐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관리자가 마치 해당 기관의 모든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관리자는 해당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기관이 A은행이고, 우리 측이 납품한 프로그램이 '인트라넷'이라면 이 프로그램에만 접근해 보수할 수 있게 돼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관리자가 A은행의 모든 자산현황, 고객정보, 기밀사항을 다 훔쳐본 다음 유출한 것처럼 보도했다.
거듭 말하지만 해당 기관의 전산자료 등은 우리가 접근할 수도 없을뿐더러, 유출한 적은 더더구나 없다”
-북한에 수차례 다녀왔다는 점도 부각됐다.
“2007년 1월과 2008년 2월 통일부에 신고하고 현대아산 측의 ‘단체 육로 관광 코스’로 금강산에 다녀온 게 전부다. 두 번 모두 1박2일 코스로 다녀왔다.”
-북한 정부가 운영한다는 '려명'사이트와 접촉했다는 것은 어떻게 된 건가. ‘려명’ 관리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보도됐는데.
“려명사이트가 무슨 사이트인지 모르고 우연히 들어가 본 것은 사실이다. 들어가 보니 려명사이트에는 북한이 발간한 책이 교보문고나 알라딘 사이트처럼 진열돼 있더라. 사이트를 보다가 책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어서 몇 번 여명사이트 운영자에게 책에 대한 질문 메일을 보낸 적은 있다. 하지만 려명측 관계자는 만난 적도, 만나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 돈을 주고 책을 구매한 적도 절대 없다.”
-N사가 제시한 보안서약서를 거부했다는 데 이건 어떻게 된건가.
“회사에서 보안서약서를 내민 시점은 올해 3월이다. 이번 사건으로 조사받은 이후다. 보안서약서를 거부한 이유는 “퇴사 이후에도 업무요청이 요구되면 수행해야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행상 퇴사 즉시 모든 계약관계는 종료된다. 퇴사 이후, 이전에 담당했던 프로그램 유지·보수 일을 시키려면 따로 돈을 줘야 한다. 그런데 해당 보안서약서는 ‘보안을 지켜야한다’는 내용과 상관없이 퇴사 이후 ‘무료봉사’ 하라는 내용인데, 그렇게 할 순 없었다.”
-압수한 노트북에 금감원, 대검 등 10개 정부기관과 신협, 포스코 등의 기업 전산 자료가 별도로 저장돼 있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기사만 보면 유력 기관들의 고급 정보를 상당히 많이 빼낸 것으로 읽힌다.
“우선 압수해간 노트북 자체가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이다. 퇴사하면 반납해야 하는 회사 소유 노트북이다. 내 개인 소유 노트북이 아니다. 당연히 그동안 작업했던 회사들의 프로그램들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프로그램 보수 요청이 오면 고쳐줘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사용한 회사 노트북에 있던 정보는 내 업무와 관련된 정보만 있었다. 예컨대 ‘신협’이라면, 난 신협 웹 게시판 프로그램 정보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사만 보면 마치 내가 신협의 모든 중요사항을 노트북에 저장해놓은 것처럼 보도했다.
합참이나 군도 마찬가지다. 합동지휘통신체계(KJCCS) 자체가 거대한 시스템인데 내가 무슨 수로 그 많은 정보들을 다 알 수 있겠나. 그런데 해당 기사만 보면 내가 군의 중요한 정보들, 예를 들어 탱크가 몇 대 있고, 비행기가 몇 대 있고, 이런 정보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
거듭 말하지만 난 합참의 합동지휘통신체계(KJCCS) 중 웹 어플리케이션 시스템(WAS)이 잘 작동하는 지 관리해주는 역할(WPM)만 수행했을 뿐이다.
또 내가 합참에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다. 여느 회사원처럼 회사가 시켜서 합참에 간 것이다. 회사에서 다른 곳을 보냈다면 다른 곳을 갔을 것이다.
맨 처음에 트위터에 올린 글로 시작한 내 수사를 검찰이 자꾸 확대하려고 하는 것 같다. 없는 죄를 자꾸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N사에 입사는 어떻게 한 것인가?
“2004년 일하던 회사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IT 업계 쪽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구인 포털 사이트에 그동안 했던 프로젝트와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해 올려놨다. 내 스펙은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서 앞서 나가는 스펙이라고 자부한다. N사에서 먼저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N사 말고도 몇 군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N사가 연봉 등의 조건이 좋았다.
-조선일보가 현시점에 본인을 ‘간첩’으로 지목하는 사건을 터트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4.27 재보선에서 보수세력들이 참패를 당하지 않았나. 진보진영의 힘이 점점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을 위축시키고 우리사회 구성원들을 경직시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보수세력 전반에 닥친 정치적인 위기상황을 넘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나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다.”
-기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조선일보 보도는 확정되지 않은 수사기관의 '혐의'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명백히 허위인 부분도 있고, 사실을 왜곡한 부분도 있다.
나에 관한 왜곡된 사실을 통해 반북 여론몰이를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뚜렷한 증거 없이 이렇게 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려는 여론 재판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검찰이 나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중이라는 보도를 봤다. 언론과 수사기관이 힘을 합쳐 나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연예인 타블로씨가 된 느낌이다. 타블로씨 스탠퍼드 학력위조 논란 때 어땠나. 타블로씨가 온갖 증거를 다 내밀어도 일부 네티즌들이 끝까지 ‘수사’해서 타블로씨가 깊은 상처를 받지 않았나.
지금 내 꼴이 그 꼴이다. 단지 난 타블로씨를 ‘학력위조자’로 만든 일부네티즌 보다 훨씬 힘 있는 ‘검찰’과 ‘언론’에게 두드려 맞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 증거 없이 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고 가는 왜곡·과장 보도에 응분의 책임과 댓가를 묻고 싶다.”
김만중 기자 kmj@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