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233
조선일보 여론조사, 그것은 공포였다
한나라 총선위기감 현실로…여론조사 '심리적 안정선' 무너져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2011.05.04 17:55:47
“(한나라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과 충청 호남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도 고전이 예상됐다.”
조선일보가 5월 4일자 8면에 전한 여론조사 보도는 내년 총선을 기다리는 한나라당 정치인들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한 결과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내년 4월 11일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전망은 ‘짙은 먹구름’으로 요약된다. 여론조사는 수치보다 경향성(흐름), 수치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찾아낼 때 더 효과적인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조선일보 5월 4일자 8면.
서울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야권을 뽑겠다는 이들은 38.3%, 한나라당을 뽑겠다는 이들은 30.5%, 모름․무응답은 31.2%로 나타났다. 야권을 뽑겠다는 이들이 7.8%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아직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격차이다. 그러나 ‘무응답의 비밀’을 알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무응답층 상당수는 야권 지지층이라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정치의사를 밝히는 데 주저하지만 이들은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인천·경기는 상황이 더 나쁘다. 한나라당을 뽑겠다는 이들은 28.7%에 불과했고, 야권을 뽑겠다는 이들은 39.6%, 모름·무응답은 31.7%로 나타났다. 무응답층 정치성향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은 인천·경기에서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구 선거에서만 81석의 의석을 얻었다. 수도권 전체 111석 중 73%를 싹쓸이 한 결과이다. 그러나 2012년 4월 총선에서는 반타작은커녕 30~40% 수준, 아니 그 이하의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만 현재의 의석보다 40~50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얻은 의석은 153석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선거공포’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통해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수도권 못지 않게 주목할 지역은 부산 경남이다.
한나라당이 김해을 재보선에서 당선자를 냈다고는 하지만 국민참여당과의 맞대결 결과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지역 기반이 탄탄한 후보들과 경쟁에서도 승리를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부산․경남 민심은 한나라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36.9%, 야당 후보 33.8%, 모름 무응답 29.3%로 나타났다. 박빙의 승부로 보이지만 무응답층 정치성향을 고려한다면 한나라당이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에서 ‘좋은 인물’을 내세워 한나라당과 1대 1 구도를 만들어낸다면 부산․경남은 내년 총선의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대구․경북에서는 34.3%를 얻어 26.1%를 얻은 야권보다 지지율이 높았지만, 이곳 역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인 조원진 의원은 지난 2일 의원연찬회에서 “탄핵시점보다 현재가 더 위기감이 있다. 탄핵시점에는 천막당사 간 위기보다도 현재가 작은가 생각해보면, 지금이 위기가 더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러한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심각한 대목이다. 언론의 훈훈한 보도와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은 이명박 정부를 떠받쳤던 양대 기둥과 다름없었다.
여론조사라는 기둥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31.6%로 나타나 28.2%를 얻은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2009년 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지지율 격차이다.
민주노동당 3.8%, 국민참여당 3.0%, 진보신당 1.1% 등 야권연대에 동참하는 다른 야당 지지율을 포함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을 가뿐히 넘어선다. 한나라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제1야당보다 20% 안팎의 수준으로 더 높았을 때도 선거에서 패하곤 했다. 정당 지지율이 비슷하거나 밀릴 경우 선거결과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고공행진을 벌일 것 같았던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도 흔들리고 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35.3%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20개월 만에 30%대로 추락한 것이라고 한다.
여론조사, 특히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여권의 ‘심리적 안정선’이었다. 바닥민심이 아무리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와도 그래도 대통령 지지율은 높지 않느냐면서 ‘방어막’을 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것마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그나마 기댈 것은 시간이다. 내년 4월 11일 총선까지는 이제 1년, 아니 11개월 가량 남아 있다. 여권이 재보선 충격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그것이 국민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각인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