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69
원자로 폐쇄 기간, 10년인가 100년인가
기사입력시간 [189호] 2011.05.04 11:30:15 조회수 838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를 만든 도시바는 10년6개월 안에 사고 원자로를 폐쇄하겠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체르노빌 원전을 예로 들며, 폐로와 오염 처리에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을 향해 돌팔매질이 한창이다. 도쿄 우치사이아이 초에 있는 도쿄전력 본사 앞에 ‘세계 최대 테러조직 살인집단 도쿄전력’이라고 쓴 현수막을 든 반(反)원전 그룹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라고 외쳐댄다.
도쿄 경시청은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자, 기동대원 수십 명을 본사 앞에 대기해놓고 반원전 그룹의 움직임을 상시 감시한다. 도쿄전력은 테러 공격을 걱정한 나머지 사원 기숙사 입구에 붙어 있는 ‘도쿄전력’이라는 현판을 철거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도쿄전력 사원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는다.
시미즈 마사다카 도쿄전력 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매섭다. 그는 하청업체에서 파견된 50명의 결사대가 사고 원자로 부근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을 때 현기증과 고혈압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근 한 달 만에 퇴원한 그가 후쿠시마 현 지사에게 사죄의 면회를 신청했지만, 사토 유헤이 지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시미즈 마사다카 도쿄전력 사장(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4월11일, 원전 사고 이후 처음 후쿠시마 현을 방문해 사과했다. ⓒAP Photo
농산물·축산물·수산물 피해 등에 대한 보상액 5조 엔과, 사고 원자로 4기를 폐로(閉爐) 처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1조 엔을 조달하는 것도 도쿄전력의 큰 과제이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을 국유화하는 방안, 일단 해체해 별도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지금 가장 절실한 과제는 도쿄전력 사활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장치를 하루빨리 복구시키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나 지나 사고 등급을 ‘레벨 5’에서 최악의 등급인 ‘레벨 7’로 격상했다. 이를 지켜본 후쿠시마 현 주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불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쿄전력이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발표한 작업 일정표에 따르면, 먼저 핵연료의 냉각 시스템을 복구해 방사성 물질의 비산(飛散)을 막는 제1 단계 조치에 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후 냉온 정지 상태, 즉 제어봉을 삽입해 원자로를 정지한 다음 원자로의 물 온도를 100℃ 이하로 안정시키는 제2 단계 조치에 3∼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작업 일정표는 어디까지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하에서 다급히 지어낸 ‘작문’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단, 원자로 건물 내부는 아직도 높은 방사선 양이 관측되고 있어서 작업원이 펌프와 기기를 점검하고 보수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이 아니다.
원자로 폐쇄, 보통 30년 정도 걸려
또 규모 7 내지 8의 여진이 발생해서 쓰나미가 밀어닥칠 경우 다시 전원이 모두 상실될 염려가 있다. 여름철의 큰 태풍이나 낙뢰, 회오리바람도 요주의 대상이다. 태풍과 큰비가 오면 건물 내부가 침수되거나 방사능 오염수가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의 계획대로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냉각장치를 복구해 원자로 4기가 안정 상태를 되찾았다고 치자. 이번에는 운전을 정지한 다음 고장 난 원자로를 폐로 처분하는 일이 남아 있다. 원자로를 폐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일반적으로 약 30년이다.

도쿄의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북을 두드리며 반핵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AP Photo
그러나 후쿠시마 제1 원전의 2호기와 3호기 원자로를 제조한 도시바는 이 기간을 10년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와 공동 제출한 도시바 안에 따르면, 냉각 시스템이 복구되어 원자로 내부가 안정을 되찾으면 먼저 수소 폭발로 부서진 건물 주변의 돌더미를 철거해 작업 환경을 정비하게 된다.
그런 다음 원자로 압력 용기에 들어 있는 핵 연료봉과 저장 수조에 보관하고 있는 폐 연료봉을 다른 용기로 옮겨서 밀폐한다.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 때 핵 연료봉을 들어내는 데 11년이 걸렸다. 그러나 도시바는 그동안의 기술 진보로 이 작업이 5년이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음 5년간은 모든 기기와 설비를 철거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4호기 원자로를 제조한 히타치도 미국의 GE와 제휴해 폐로 공사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다. 히타치는 ‘폐로 처분할 원자로가 모두 4기’라는 점을 들어, 폐쇄 기간을 도시바보다 약간 긴 15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은 다르다. ‘원자력연구 추진센터’의 모리 히사키 씨는 <주간 겐다이>에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시킨 다음 원자로에서 끄집어내는 데 1∼2년, 기기와 배관에 묻어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 7∼8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원자로 건물 해체, 원자로 압력 용기 절단, 부지 오염 제거 따위 작업에 10~2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폐로와 오염 제거 작업을 완료하려면 적어도 20∼30년은 걸린다는 얘기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 최근 호는 스리마일 원전 사고 처리와 관련해, 폐로와 오염 제거 작업에 ‘최대 100년’은 걸린다고 전문가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가 현재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방출할 가능성이 있다. 스리마일 원전은 원자로 내부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기까지 14년이 걸렸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가 배관 등이 빽빽이 얽혀 있는 비등수형 원자로(BWR)여서 내부 작업에 애를 먹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네이처>는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은 사고 이후 80년이 지난 2065년까지 오염 제거 작업이 진행된다면서 ‘10년이면 충분하다’는 도시바 안에 의문을 제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피해 있는 주변 주민은 현재 8만명을 헤아린다. 설사 도쿄전력의 발표대로 6∼9개월 후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문자 그대로 지옥문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농산물·축산물·수산물 할 것 없이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건에 방사능이 묻어 있는 것으로 취급하며 이를 경원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