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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날처럼 우린 깨어있다” 촛불 3주년 집회 충돌없이 끝나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1-05-02 21:48:12ㅣ수정 : 2011-05-02 21:48:13

2일 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촛불시위 3주년 기념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반대해 거리로 뛰쳐나온 지 3년 만이다.
2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는 시민 2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촛불시위 3주년 기념집회’를 열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집회는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발언으로 이뤄졌고,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배재홍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어렵게 만들어진 유통법과 상생법이 한·EU FTA 체결로 무력화될 위험에 처했다”며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지야의 함성’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시민은 “정부의 실정으로 서민 생활이 파탄나고 구제역 파동과 4대강 사업 등으로 환경파괴도 극에 달했다”며 “깨어 있는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늘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참가자의 면면도 다양했다. 고교 2학년 이상목군(17)은 “3년 전엔 아버지와 함께 왔지만 이번엔 혼자서 왔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학생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심해졌는데,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학습부진아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경고의 의미로 “이명박 심판”이라고 적힌 노란색 손팻말을 들고 “못살겠다 갈아보자”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경 3개 중대를 배치했지만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이날 인터넷상에서는 2008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시민들에 대한 공소 취하와 사면복권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인 “촛불시민 구출 대작전”이 시작됐다. 2008년 촛불집회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시민들의 정당한 항의였던 만큼 1400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을 입건한 정부 조치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취지다.
이들은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청원문에서 “한 사람이 길 위에서 행진한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이겠지만, 수십만의 시민이 함께 도로에 선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로 이를 근거로 불법이나 폭력을 논해선 안된다”며 “재판에 계류 중인 시민들은 공소취하를, 형이 확정된 시민들은 사면복권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