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동절 집회에서 기자 완장 착용 뒤 참가자 채증 '논란' - 민중의소리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89243.html
 

경찰, 노동절 집회에서 기자 완장 착용 뒤 참가자 채증 '논란'
정혜규 기자 ㅣ 입력 2011-05-01 23:51:48 / 수정 2011-05-01 23:52:47
 
경찰이 기자완장을 찬 채 노동절 행사에서 거리 행진하는 참가자들을 채증해 '기자 사칭'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오후 5시께 '121주년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기념대회'를 마친 참가자 2,000여명은 중구 소공동 방향을 통해 2호선 을지로입구역까지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당초 주최측인 민주노총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이어 남대문, 을지로입구역, 종각역을 거쳐 시청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신고했지만 경찰측은 불허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경찰이 플라스틱 바리케이드로 설정한 폴리스 라인을 뚫고 도로로 진출했다. 2,000여 참가자들이 순식간에 나오면서 폴리스 라인 인근에 배치된 경찰들은 우왕좌왕한 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집회에 참여한 2만여 시민들도 뒤를 이었다. 경찰은 남대문서장이 직접 나서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해산하라. 채증을 통해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방송을 했지만 학생, 노동자 등은 "이명박은 물러가라", "부자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계속했다.

기자 완장을 단 경찰
민주노총이 1일 오후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연 제121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명동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한 가운데 서울 경찰청에서 나눠준 기자 완장을 찬 경찰이 참가자들을 채증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기자들은 거리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의 앞에 서서 행진 과정과 경찰들과의 마찰 등을 취재했다. 이 가운데 기자완장을 찬 경찰도 기자들 사이에서 참가자들의 얼굴 등을 촬영했다.

기자완장을 찬 채 참가자들을 채증하는 경찰이 있다는 것은 사진기자들이 먼저 발견했다. 평소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이 행사 참가자들을 촬영하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것.

한 사진 기자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로 경찰은 시위대와 취재진을 구분하기 위해 프레스 완장을 제공했다. 경찰이 찬 완장 역시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기자들에게 나눠준 완장이다"며 "경찰이 기자 완장을 차고 참가자들을 채증하는 것은 신분을 속인 채 기자를 사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은 "경찰이 맞다. 어떤 사람한테 달라고 했더니 줬다"며 "기자를 사칭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경찰은 '기자 완장'을 어떻게 해서 차게 됐는지, 누구한테 전달받았는지, 어느 경찰서에서 근무하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경찰의 채증방식에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강병욱(30)씨는 "기자를 사칭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4.27 재보궐에서 패배하고 레임덕 위기에 있는데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민을 억압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