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 17:52

김인규와 김재철, 방송 장악 쌍포 - 시사인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79
 

김인규와 김재철, 방송 장악 쌍포
기사입력시간 [189호] 2011.05.02  13:53:16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MB의 고려대 후배 김재철 MBC 사장과, 인수위 공보팀장 출신의 김인규 KBS 사장 덕에
정부의 방송 장악이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방통위가 방송사를 조사하는 방송법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노조가 ‘불신임’이라고 쓰면 회사 측은 ‘신임’이라고 읽었다. 노조가 ‘연임 불가’라고 쓰면 이사회는 ‘연임 확정’이라고 읽었다. 요즘 KBS와 MBC의 노사 간 소통법이다. 노조가 불신임 투표를 벌여 압도적인 불신임 수치를 보여주면 회사 측은 마치 인증이라도 받은 양 해당 인물을 본부장이나 국장으로 임명했다. 노조가 연임 불가 시위를 벌이면 이사회는 연임 환영 인파로 받아들이며 껄껄 웃었다.

노조가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반드시 가장 중요한 요직에 임명되었다. KBS에서는 과거 보도국장 시절 보도국 기자 93%가 불신임 표를 던졌던 고대영 국장이 보도본부장이 되었고, MBC에서는 신경민 앵커 해임을 주도하면서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불러와 퇴진했던 전영배 보도국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제 방송사에서 후배들의 혐오와 질타는 출세의 조건이 되었다.
 

김재철 MBC 사장 취임 이후 <뉴스 후>와 가 사라지고,  ⓒ뉴시스
 
2008년 여름 YTN 낙하산 사장 임명과 KBS 정연주 사장 해임으로 시작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은 이제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이다. 항전하고 있는 ‘텔레반(텔레비전+탈레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항하는 쪽은 지치고, 억압하는 쪽은 지친 기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병순 사장 때 시작되어 김인규 사장(대통령직 인수위 공보팀장 역임)이 완성한 KBS 장악은 대체로 비판적 프로그램 폐지→시사 프로그램 제작진 교체→주요 출연진 교체의 순서로 나타났다. <생방송 시사투나잇>이나 <미디어 포커스>는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가 결국 폐지되었고, 심층 분석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쌈>도 폐지되었다. 탐사보도팀 등 심층 취재를 전담하던 팀이 해체되었고, 윤도현·김제동 씨는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퇴출’되었다. 

방송계 “방송 사찰 시대로 후퇴했다”

MBC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같은 과정을 겪었다. 기자들이 제작하던 <뉴스 후>와 PD들이 제작하던 <W>가 사라졌고, 최승호 PD 등 <PD수첩> 주요 제작진이 바뀌었다. 손석희 교수는 <100분 토론>에서 하차했고, 김미화씨가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방송 장악 시도가 과거 정권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일방으로 관철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평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후배 보기를 돌같이 하는’ 선배들이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나친 심의로 자주 물의를 일으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기 위원에 공안 검사 출신인 박만 변호사와 최찬묵 변호사를 임명해 통제력을 더욱 강화했다. 박만 변호사는 정부 추천으로 KBS 이사가 되어 정연주 사장 해임을 주도한 인물이다. 언론학계에서는 방통심의위가 검열기관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언론계 전반이 방송 사찰 시대로 후퇴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