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 15:09

경찰, VIP인출 신고받고도 묵살·은폐했다 - 미디어오늘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171
 

"경찰, VIP인출 신고받고도 묵살·은폐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영업정지직후 112신고, 출동 경찰 CCTV도 확인안해"

경찰 "출동한 일 없어"

조수경·조현호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1.04.30  18:23:44 
 
부산경찰이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의 부당 인출 사례를 신고받고도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등 대형사건을 초기부터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직무유기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출동사실을 부인하는 등 은폐의혹까지 사고 있다.

30일 부산 북부경찰서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다음날인 2월 18일 112에 부당인출 사례가 있다고 신고했다.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지난 2월 17일 화명동 지점의 직원이 영업정지 직전에 일부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 인출해간 의혹이 있으니 CCTV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신고했다. 김 위원장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에게 부당인출 예금주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제시했지만 경찰은 이를 묵살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위원장 등 피해자들의 말과는 달리 출동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4월29일 오후 1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100여명이 부산금감원 앞에서 영업정지 전 사전인출과 금감원의 부실감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조수경 기자
 
김옥주 위원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지난 2월 18일 부산저축은행 화명지점에서 만난 다른 피해자 두 명으로부터 은행 직원의 지인과 VIP고객 두명이 영업정지 발표가 있기 전에 직원의 연락을 받고 각각 돈 1억 원과 3억 원을 미리 인출해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 말을 듣고 곧바로 112로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관 2명이 화명지점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게 ‘부산저축은행이 사전인출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으니 CCTV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고, 사전인출의 증거로 확보한 은행직원의 지인의 이름과 연락처, VIP고객의 이름을 제시했으나 출동한 경찰은 CCTV 확보가 어렵다며 김 위원장의 주민번호와 연락처 등 인적사항 만을 파악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경찰청과 화명지구대는 신고 접수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경찰관 출동 사실 은부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저축은행 화명동지점에 출동했다고 김 위원장이 지목한 화명지구대 백우현 경위는 29일 기자와 만나 “은행에서 장내가 소란스러우니 질서를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17일 화명지점에 간 적이 있고, 18일 신고는 받았지만 김옥주 위원장와 전화 통화만 했지 현장에 출동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오일 화명지구대장도 “백 경위가 현장에 출동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 경위는 “출동하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CCTV를 확보해달라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처를 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백 경위를 비롯한 이들 경찰들은 “18일 신고를 받고 '전화상의 이야기만으로는 CCTV 를 확보할 수 없으나, 북부경찰서 민원실에 상담을 하고 진정이나 고소를 하면 CCTV를 확보할 수 있다’고 안내해줬으나 김 위원장이 고소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백 경위는 29일 부산저축은행 화명동지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CCTV 확보 등에 나서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회적 파장 때문"이라고 달리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전화신고 내용만으론) 사전 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CCTV를 확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전인출이) 사회적 파장이 있기 때문에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달리 말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이 지난 2월 18일 불법인출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29일 저녁 부산경찰청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조수경 기자
 
또한 경찰 윗선에 사건처리를 어떻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백 경위는 "김위원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112지령실 근무자에게 보고했을 뿐 북부경찰서 등 상부에 별도로 보고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112신고 후 지구대에서 전화가 와 화명동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자 15분 쯤 후에 경찰관 두명이 왔다"며 "출동 사실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이 처음부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은폐하려는 것"이라면서 "부당인출 사태가 드러날 경우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 21일 한겨레21 등에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직전 VIP 고객들의 예금을 부당인출해줬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전면 수사에 나섰지만, 경찰과 검찰 등 수사 당국이 처음부터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에 제대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경찰은 112 신고 사건의 경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대 등에 연락해 긴급 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처리방식이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심각한 사안'을 신고받고도 본청에서 수사관들이 직접 나가지 않고 지구대에게만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은 경찰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조차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 관행과도 달리 지구대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았다고 우기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2월 17일 부당인출 사태를 현장에서 즉각 파악해 부산저축은행 대표 등에게 '부당인출을 하지 말라'는 긴급공문까지 보낸 금융감독원이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3월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나 검찰, 경찰은 그러나 한겨레21의 보도 때 까지 역시 이같은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부당인출 사태의 파장을 우려해 범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불법 인출 사례를 신고받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산=조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