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5. 01:17

프린스턴 대학의 이승만 동상? - 뉴스페이스




출처 : http://www.newsface.kr/news/news_view.htm?news_idx=1558&PHPSESSID=c15c1d7cf6322cccd9c899aa6c1849bf
 

프린스턴 대학의 이승만 동상?

[칼럼]쫓겨난 독재자 말고 경제나 좀 살려라
장경순 칼럼니스트 | newsface21@gmail.com 11.04.23 14:43 | 최종 수정시간 11.04.23 15:33 
 
프린스턴대학교에 유학을 가는 일이 있었다. 자랑을 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1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쫓겨 돌아왔다는 결과를 미리 덧붙인다.

아는 분들 중 한 분이 “브룩 쉴즈가 나온 학교”라고 하더니 또 한 분은 “이승만이 나온 학교”라고 일러 주셨다. 두 사람이 그 학교 출신인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나름 1년의 연고가 쌓여 동문회로부터 이런 저런 연락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이승만 동상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졸업장을 받고 온 것도 아니고 거기서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생각해서 가만히 오고 가는 얘기들을 구경만 했다. 그래도 나름의 생각은 있는 법이어서 프린스턴 동문회와는 전혀 무관한 페이스북의 내 담장에 “프린스턴이 이승만 동상을 세울 것인가”라는 글을 올려봤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강의하는 미국인 친구가 자세한 내용을 물어봤다. 이승만이 누구며 프린스턴과 무슨 관계인지를 묻는 질문에 프린스턴 출신의 대통령으로 200여명의 시민을 사살한 후 물러났다고 답해줬다. 그 친구의 반응은 “그렇다면 피노체트의 동상을 세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였다.

미국의 또 다른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교에 가보면 후버타워라는 엄청난 건물이 있다. 후버센터도 있다. 이 학교 출신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기념한 것들이다. 스탠퍼드 캠퍼스만 보면 후버가 아주 위대한 대통령이란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런데 후버는 상당히 많은 미국인들에게 최악의 대통령으로 간주된다. 1929년 대공황 당시의 대통령이다. 스탠퍼드 내 후버 관련 시설이 있는 것은 이런 부정적 평가를 반박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대학 출신의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강조하려는 정도에 머무른다.

그렇다면 프린스턴과 이승만의 관계를 스탠퍼드와 후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이승만과 후버 사이의 결정적 차이를 무시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결정적 차이란, 후버는 엄청난 국정의 실패를 했을 뿐이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도 1960년 4월19일 단 하루의 사망자가 183명에 달한다. 민주주의를 요구한 시민들이 무장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대학들이 후버처럼 이승만을 기념하기란 지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설픈 관련 시설을 세웠다가는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공격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조그만 강의실의 한 구석에 그 학교 졸업생 이승만과 관계된 패찰 하나 다는 것까지 하라 하지 마라 할 수는 없다. 그건 그 대학과 관계된 사람들, 그 대학의 지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자꾸 이승만과 관련된 소란스런 얘기들이 돌출한다. 10만원권의 인물이 백범 김구라는 이유로 취소될 때부터 예상된 일이기는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조했을 때 기성 언론들은 국정 현안을 놔두고 철 지난 사상 논쟁에 집착한다고 비난을 퍼부어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는 그게 철지난 논쟁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이 정부는 이제 우리 역사에서 논의가 끝나도 한참 전, 1960년 4월 19일 끝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승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지층의 핵심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동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승만 동상이란 것이 서울 시내에 없지는 않았다. 그가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남산에 세웠다가 4.19 혁명과 함께 시민들에 의해 철거됐다.

그렇다고 그의 동상이 대한민국에 전혀 없는 게 아니다. 배재대에서는 학생들과의 끊임없는 마찰을 불사하고 학교 측에서 동상을 다시 세워 놓고 있다. 무엇보다 민의의 전당인 대한민국 국회의 로비에 그의 동상이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시신은 국립묘지 대통령 묘역에 누워있다.

무고한 시민 수 백 명을 살해하고도 이 정도면 과분한 대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자꾸 광화문을 넘보고 예전 정치깡패와 백골단을 앞세워 독재정치를 하던 시절에 했던 일을 되풀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진정으로 이승만을 기념하려는 사람들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이 사람들이 뭔가 하나를 할수록 논란만 더욱 거세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슨 강박관념에서인지 무고한 백범 김구 선생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우파를 자처하는 그들이 보수적 가치의 가장 든든한 어른인 백범에게 도발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다. 한 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누렸다더니 지금은 30% 밑으로 떨어질 지경이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국민들이 박근혜를 물리쳐가면서 이명박을 선택했는지를 이상하게 분석한 듯하다. 집권과 함께 자꾸 이승만을 억지로 들이밀려고 할 때부터 70% 지지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하지 않을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으면 이것저것 엄청나게 할 일이 많았을 것이다. 어느 겨를에 국민의 손으로 쫓겨나고 동상이 무너진 사람까지 챙길 겨를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