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3. 14:36

갈수록 묘한 선관위 - 한겨레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74465.html
 
갈수록 묘한 선관위

투표인증샷 선물도 막고 박지원 연설문은 가위질
이재오 작전회의 ‘면죄부’ 눈총 쏠리자 “면밀 검토”

신승근 기자   기사등록 : 2011-04-22 오후 08:31:11  기사수정 : 2011-04-22 오후 09:22:41
 
투표참여 독려 광고엔 ‘위법’… 이재오 선거개입 논란엔 ‘합법’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묘한 ‘4·27 재보선 관리’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앞장서 투표참여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최근의 투표참여 운동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공직자의 선거 개입 의혹 등 관권선거 시비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은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재오 특임장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줄 것을 의뢰했다. 정부조직법상 공무원 신분인 특임장관이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이계 의원을 소집해 재보선 유세지역을 할당하고, 선거운동을 독려한 행위는 “특정 정당승리를 위한 명백한 선거운동으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이유였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에서 “이 장관 행동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이날 이 특임장관을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과 중앙선관위에 고발키로 했다.

선관위는 이 장관 스스로 ‘4·27 재보선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로 이름붙인 지난 20일 모임에서 한 발언이 “일반 선거구민을 상대로 한 게 아니라”며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선거법은 발언 대상이 아니라 그런 언동을 한 주체가 누구냐를 따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최근 투표 참여 독려행위도 엄격하게 규제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실린 부재자 투표 독려 광고를 정당의 광고라는 이유로 삭제(4월8일) 하도록 했고, 투표 인증샷에 대한 선물 제공도 불법으로 해석(4월20일)했다.

선관위는 안팎의 ‘눈총’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영헌 중앙선관위 공보계장은 경실련의 이 장관 고발과 관련해 “언론 보도 내용과 기존의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볼 때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경실련으로부터 고발이 접수된 만큼 법률 검토를 거쳐 선거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또 박지원 대표의 라디오 연설문 ‘가위질’ 논란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한국방송의 의뢰를 받고 특정 부분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을 뿐, 방송사가 알아서 삭제한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공정성 시비로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 애썼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 성향의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임명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선관위원으로 임명된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활동 등으로 임명 당시부터 중립성 시비가 있었다. 손혁재 경기대 교수는 “지난해 양승태 선관위원장이 ‘여당 편향’ 행태로 시민단체로부터 ‘직권 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는데, 김능환 위원장 체제에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건 ‘시간의 급박성’을 이유로 위원장과 몇몇 위원의 보수적 의견이 선관위 전체 입장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둔 5월14일 양승태 전 선관위원장은 정부의 4대강 사업 홍보는 못 본 체하고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과다하게 적발하면서 관권선거를 방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0유권자희망연대’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