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74115.html
시공사 안전불감증 ‘4대강 사망사고’ 불렀다
낙단보 공사때 전문가 승인없는 안전성 자료 내…
감리단도 ‘어물쩍’ 받아줘
시공사 “공기단축 때문” 해명
박주희 기자 기사등록 : 2011-04-21 오전 08:13:34
지난 16일 낙동강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숨진 사고는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시공업체가 핵심 안전 구조물에 대한 기술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공사를 벌이다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단도 시공업체가 낸 안전성 검증 자료가 허술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검토 의견을 내줘 사실상 부실 공사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가 입수한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동강32공구 낙단보 건설공사 현장 감리단 ㅇ사 ‘감리 일지’를 보면, 감리단은 시공업체인 두산건설㈜에 소수력발전소의 슬래브 지붕을 떠받치는 ‘지지대’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자료인 구조계산서를 제출하라고 공문과 구두로 여러 차례 요구했다. 지난 5일과 11일 감리 일지에는 “동바리 구조계산서를 제출할 것을 현장 대리인에게 지시함”이라고 기록돼 있고, 8일에는 ‘동바리 구조계산서 제출’을 요구한 공문을 작성해 발송했다고 기록돼 있다. ‘동바리’는 콘크리트를 붓는 공사를 하는 동안 바닥에서 슬래브 지붕을 떠받치는 작업 지지대를 가리킨다. 15일 저녁부터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진 이 슬래브 지붕은 16일 낮 무너져, 점검하러 지붕에 올라갔던 두산건설 직원 등 노동자 2명이 콘크리트 더미와 함께 떨어져 숨졌다.
감리단 관계자는 “여러 차례 독촉한 끝에 시공사가 지난 12일 구조계산서를 제출했지만, 구조기술사가 검토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한 값만 있었다”고 말했다. 동바리는 핵심적인 안전 구조물이기 때문에 시공업체가 구조기술사에게 맡겨 작성한 구조계산서를 감리단에 내면 감리단이 이를 다시 소속 구조기술사에게 맡겨 ‘구조 기술검토’를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시공사가 구조기술사의 최종 확인을 받지 않은 구조계산서를 냈고, 감리단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5일 시공업체에 ‘일부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의견서를 받은 15일 시공업체가 이달 말로 예정했던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앞당겨 시작했다.
두산건설은 또 소수력발전소의 전기선 등을 연결하는 통로(공동구)도 설계도에는 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들어 시공하도록 돼 있는데도, 외부 업체에 맡겨 제작한 것을 가져다 설치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현장 관계자는 “지난 15일 감리단으로부터 구조 검토 의견서를 받고 타설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동구는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외부에서 제작했지만, 설치할 때는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에 보고했다”며 “9월에 (낙단보에) 담수를 하려면 6월까지 기본시설물을 다 완공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성/박주희 기자 hop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