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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의 친인척들, 대형사고 칠 판
2011/04/18 06:18 양정철닷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구속된 모습(사진:뉴시스,더데일리)
제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불길한 예견 하나 해 볼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임기 말이나 퇴임 후, 자칫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곪아터져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내외가 전혀 알지 못했던 추문과 비리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로 인해 잘못하면 가장 부패한 정부로 낙인찍힐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함부로 그런 예견을 하느냐고 물으실 겁니다. 경험입니다. 저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경험입니다.
역사의 경험에서 지혜를 배우는 사람은 앞 선 자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반면 역사의 경험을 외면하는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인간사요, 권력의 무서운 이치이고 생리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후자입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그 길을 오만하게 가고 있습니다. 권력에 취해 역사를 볼 줄 모르고, 현재를 즐기고 있습니다.
세 가지 일을 논거로 제시합니다.
첫 번째 빨간 불을 그들은 무시했습니다. 임기 초반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가 공천 로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습니다. 정권 초기에 친인척 추문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적신호였습니다. 비상이 걸리고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친인척관리를 강화해야 했습니다. 그렇게만 했으면, 정권 입장에선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구요.
민정수석실 운용을 보면 압니다. 친인척관리와 내부 직원 감찰, 고위공직자 감찰을 맡아서 하는 민정수석실을 훨씬 엄정하게 운용해야 했습니다. 추상같은 기강을 세워 일탈이 없도록 의지를 다졌어야 합니다. 그렇지 하지 않았다는 게 곧바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 내부 감시시스템, 일탈 견제, 도덕성 유지, 비리 예방을 책임지는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에 부적격 인사가 앉아 위세를 부렸습니다. 대통령, 친인척, 청와대 주요 참모, 대선을 같이 치른 참모들과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을 앉혀 감찰업무를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면서 기강을 세웠어야 하는데, 대선 때 후보 경호원을 그 자리에 썼습니다. 감찰에 구멍이 뻥 뚫렸을 것입니다.
두 번째 빨간 불도 그들은 무시했습니다. 문제의 감찰팀장이 본인 뇌물수수 의혹사건으로 결국 그만둬야 했습니다. 적신호가 깜빡이는 속도가 빨라진 것입니다. 그때서라도 민정수석실 운용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대통령 친인척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는지 단속했어야 합니다. 주변 참모들에겐 억울할 만큼 심하게, 일탈의 여지가 없는지 체크를 했었어야 합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세 번째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씨가 사고를 쳤습니다.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한 대학에서 이사장과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그 정도가 무슨 사고를 친 일이겠습니까. 사고는, 그가 쪼르르 민정수석실로 달려가 상대방을 고자질 한 것입니다.
더 큰 사고는 민정수석실이 쳤습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영부인 사촌오빠와 다툰 이사장을 찾아가 사과를 강요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청와대가 지시하는 특명사건만 처리하는 곳이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속칭 사직동팀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별동 수사대입니다. 소속은 경찰이지만 청와대 지휘를 받는, 끗발 좋은 특수 수사팀입니다. 그곳이 영부인 사촌오빠와 다툰 이사장의 학교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특별감사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문제의 이사장은 괜히 영부인 사촌오빠와 말다툼을 벌였다가 속칭 뼈도 못추리게 생겼습니다.
대통령 친인척이 겪은 약간의 해프닝, 본인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면 억울한 봉변을 풀어주기 위해 권력기관이 총출동 한 겁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공권력 남용입니다.
민정수석실이 모두 동원돼 아무리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주의를 주고, 막으려 해도 쉽지 않은 게 친인척 비리와 측근 비리입니다. 나무는 가만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질 않는 이치입니다. 권력을 이용해 한탕 하려는 부나방들이 그들을 가만 두질 않기 때문입니다. 사고칠 소지가 있는 친인척들을 제어하고 절제시켜야 할 민정수석실이 한 술 더 뜬 겁니다.
참여정부 경험을 소개합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조차 친인척 비리와 측근 비리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줬습니다. 참여정부는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전 정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감찰을 했습니다.
친인척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수시로 당했습니다. 때론 정상적인 경제활동조차 막았습니다. 노 대통령의 한 친척은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해 주신 게 뭐가 있다고, 내 힘으로 가는 내 앞길조차 막는 거냐”며 울면서 따지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직원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말도 안 되는 악의적 투서에 대해서조차 수시로 내부 조사를 당해야 했습니다. 풍문으로 떠도는 루머에 대해서도 일일이 해명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리 혹독하게 해도 형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수사권이 없습니다. 수사권이 없다 보니 의심이 가도 조사에 허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사전에 더 엄정하게, 매사에 철저하게, 모두가 근신하고 절제하도록 압박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은 그조차 방기할 뿐 아니라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압니다. 범죄에 악용당하는 사람은 유혹에 약한 법입니다. 친인척이나 측근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유혹을 누군가 끊어줘야 한다면, 민정수석실이 공정하고 가혹하게 그 주변을 차단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리 해도 부족할진대 지금 청와대는 유혹을 끊어주기는커녕 호가호위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서 온갖 부패와 스캔들이 싹 트도록 방조하는 꼴입니다.
부디 제 예견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형편없이 어긋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이렇게 가선 안 됩니다. 역사의 경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