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8. 10:53

4·27 재보선, 언론 의중이 눈에 보이네 - 미디어오늘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861
 

4·27 재보선, 언론 의중이 눈에 보이네

'선거 열기 불어라-멈춰라' 두 갈래 시각…사실상 전국선거, 특정지역만 조명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2011.04.14  14:27:55
 
“반집 승부다.” 정치전문가들의 4·27 재보선 초반 판세 분석이 그렇다. 언론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판세 전달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그런 모습에서도 ‘속내’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4·27 재보선 초반 흐름과 관련한 언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바둑에서는 치열한 계가싸움일수록 한 수, 한 수가 중요하다. 결정적인 패착 한 수는 말할 것도 없고 완착 한 수로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4·27 재보선이 그런 싸움이다. 야당의 ‘칼날’과 여당의 ‘방패’ 싸움에서 판세를 가르는 관건은 선거열기를 좌우하는 ‘바람’이다. 조용한 선거를 선호하는 여당과 시끌시끌한 선거를 희망하는 야당은 언론의 보도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물가불안, 여권 선거고민 가중=청와대는 4월 27일 재보선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과학벨트 논란,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방사능 걱정까지 국정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여권의 고민거리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가를 잡겠다고 연일 회의를 하고 대책을 내놓지만 물가는 내리기는커녕 더 올라 민심이 흉흉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재보선 열기마저 달아오를 경우 여당은 힘겨운 선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내일신문은 4월 11일자 <물가폭탄 재보선 영향 ‘전전긍긍’>이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물가폭탄과 전세대란으로 민심이 싸늘한 가운데, 정부는 물가폭탄이 4·27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4.27 보궐선거 강원도지사에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왼쪽)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횡성과 태백지역을 각각 찾아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궈진 여론 식히는 언론=대통령 임기 중 치르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물가불안 등 요즘처럼 국정악재가 겹쳐 있는 상황에서 성난 민심이 표심으로 연결되면 여당은 패배를 면할 길이 없다.

여권 입장에서는 달궈진 여론을 식히는 묘수가 필요한 시기이다. ‘정치 냉소’ 조장은 안성맞춤 해법이다. “투표 해봐야 달라질 것 없다.” “남들도 다 정치에 관심 없는데…” “여야 모두 그놈이 그놈이다.” 정치냉소를 부추기는 언론보도가 여권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일보는 4월 11일자 4면 <“출마 후보자 얼굴도 몰라요”…싸늘히 식은 표심>이라는 기사에서 “경기도 성남 분당을 지역 민심은 선거 분위기를 읽을 수 없을 만큼 차분했다”면서 “출마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유권자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재보선 과열 걱정하는 언론=동아일보는 11일자 1면에 <“4·27 재보선부터 과열혼탁 선거구 공표”>라는 제목으로 이종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인터뷰를 실었다.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과열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삐딱하게 보는 시선 자체도 문제지만, 설령 ‘과열=혼탁’이라는 등식에서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있다고 하더라도 재보선 뉴스는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은 채 과열 혼탁부터 지적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11일자 동아일보 지면에서 각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의 공약이나 지역별 판세 등 선거 관련 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앞서 동아는 4월 3일자 8면 <4.27 재보선 D-23…분당을 때 아닌 ‘철새 논쟁’>이라는 기사를 통해 “투표율이 분당을 선거의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선거전이 불붙지 않아서인지 시큰둥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등 ‘정치냉소’를 부추기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11일자 지면 역시 다른 언론에 비해 선거 보도에 있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다음날(4월12일)이 공식 후보자 등록 기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선거 무관심’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선거 열기 달구는 언론=거꾸로 선거열기를 달구는 언론도 있다. 내일신문은 지난 5일자 4면에 <2012년 ‘리트머스’ 될 4·27 재보선>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내일신문은 4월 7일자 2면에 <노동계, 재보선 투표참여운동 벌인다>라는 기사를 실었고, 4월8일자 3면에 <‘분당 자존심’ 투표율에 달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4월 11일자 1면과 2면, 4면에 선거관련 기사를 전진 배치했다. 한겨레는 4면 <245개 지역구는 이미 ‘표밭 전쟁’>이라는 기사에서 “전국 245개 지역구에선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내일신문은 야권 선거연대에 대해서도 다른 언론보다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는 야권이 선거연대 문제로 진통을 겪자 4월 4일자 3면에 <4.27 재보선 야권연대 ‘감동 빠진 단일화’ 조짐>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벼랑 끝 대치 속에서 엉킬 대로 엉켜 40여 일간의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고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 지역도 선거를 한다고?=어느 지역에서 어떤 선거를 치르는지 제대로 알리는 것은 기본인데, 언론은 그것마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4·27 재보선은 강원도지사,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전남 순천 국회의원,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만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 하지만 언론보도는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서울 중구청장, 울산 중구청장, 울산 동구청장, 강원도 양양군수, 충남 태안군수, 전남 화순 군수 등 6명의 기초단체장도 이번에 선출되며, 광역의원 5명, 기초의원 23명도 함께 뽑는다.

최근 한 달간 주요신문의 재보선 관련 기사를 분석해보면 전체 선거 지역구를 자세하게 알려준 언론도 거의 없고,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구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등 다른 선거에 대한 보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한국일보가 3월 28일자 5면 <기초단체장 보궐선거 판세>라는 제목으로 선거지역과 지역별 쟁점 및 출마예상 후보를 안내한 기사가 눈에 띈다.

▷부재자 투표 신고 이미 끝났다=재보선은 평일에 치르는 선거이다. 출근에 바쁜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재자 투표’라는 방법이 있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 모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선관위가 민주당의 부재자 투표 홍보에 제동을 걸자 야당이 반발한다는 소식을 전한 언론은 많았지만, 정작 부재자 투표를 어떻게 하고 언제 끝나는지 제대로 알린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겨레는 4월 7일자 3면에 <“부재자 투표 쉬워요”>라는 제목으로 사진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14면(강원도 지역판)에 <12일까지 부재자신고 접수>라는 기사를 실었지만,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찾지 못할 정도로 단신이었다.

언론이 부재자 투표에 무관심한 사이 4월 12일까지인 부재자투표 신고 기간은 이미 끝났다. 참여연대 시민감시팀 황영민 간사는 “언론은 투표율이 낮아지는 상황을 걱정만 하지 말고 부재자 투표의 경우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고 참여할 수 있는지 정보 제공 차원에서라도 알리는 게 필요한데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