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3. 21:21

청와대 두달째 여론조사 중단 - 내일




출처 :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sid=E&tid=9&nnum=601487
 

청와대 두달째 여론조사 중단 

2011-04-13 오후 1:04:02 게재
 
대통령 국정지지도 떨어지자 '극약처방' … 지난주 재개
"조사결과 불만 품은 실세 개입" … '여론외면' 비판 직면


청와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대국민 여론조사를 두달째 중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청와대 상층부가 불만을 제기하면서 조사중단이란 '극약처방'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가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여론조사를 기피했다는 사실 자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2주일마다 외부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해왔다.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는 물론 주요 정책에 대한 민심을 들으려는 목적이었다. 역대정권도 정례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파악하곤 했다.

문제는 최근 몇가지 조사를 놓고 청와대 상층부가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가 하향세를 탔다는 후문이다. 신공항 백지화 가능성이 알려진 이후, 영남권 민심의 분노가 여론조사에 드러나기도 했다는 전언. 이명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개헌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조사에서 확인됐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대통령은 물론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상층부에 보고되자,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청와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하향세를 타고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잡는 듯한 결과가 나오자 "무슨 의도로 조사하는 거냐"는 지적이 나온 것. 상층부에선 "이런 결과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했다고 한다.

상층부는 여론조사 결과가 참모진이란 여과장치 없이 대통령에게 직보되는 현행 시스템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참모진의 '마사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보고 시스템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결정타는 정운찬 공천 조사였다. 정 전 총리의 분당을 공천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많은 것으로 나오자, 정운찬 공천을 놓고 찬반으로 갈린 권력실세간 힘겨루기로 확전될 조짐까지 나타났다. 강재섭 카드를 밀었던 임 실장측의 불만은 절정에 달했고, 결국 "아예 여론조사를 중단하자"는 극약처방으로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가 중단된 뒤 두달째로 접어들자 청와대 내부에선 다시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결국 지난주말 조사를 재개했다. 다만 이번엔 정무수석실 비서관급이 직접 조사를 챙길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과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이 토론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론조사를 두달째 중단했던 사태를 놓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중단시킨 건 권력핵심부가 민심을 청취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이다.

더욱이 여론조사 중단과정에 청와대 실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친이 핵심의원은 "임기 후반 청와대가 귀를 더 열어도 부족할 판에 여론조사까지 중단했다는 건 중대한 실책"이라며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 좇는 참모들의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성홍식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