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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대통령의 도쿄 방문 속셈
기사입력시간 [186호] 2011.04.07 13:03:12 조회수 3754 파리·최현아 편집위원
대지진 이후 외국 국가원수로는 처음 일본을 방문한 사르코지 대통령.
그의 방일 목적은 하나, 원전 건설 및 판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독단으로 리비아 전쟁에 개입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3월30일 중국을 방문했다. 후진타오 주석과 만난 사르코지는 원전에 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었다. 그는 중국에 이어 일본도 방문할 예정이다. 대지진 후 처음 일본을 찾는 외국 대통령으로 평가되는데, 방문 이유는 원전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 프랑스 원전 전문가들이 나선 상황이다. 프랑스가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해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카타르 원전 공사 수주를 놓고 한국과 경합을 벌였던 프랑스는 현재 전 세계 원전 비즈니스에서 1위를 차지한 원전 강국이다. 국내 원전 건설만이 아니다. 해외 원전 수출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원전 회사 아레바는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26개 원전 건설공사 가운데 2개 프로젝트를 맡았다. 지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광둥성의 타이산 원전은 프랑스의 제3세대 모델인 EPR 노형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일본 원전 산업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레바는 우라늄·플루토늄 따위 혼합 산화물 연료 가공을 도쿄전력으로부터 위탁받았다.

사르코지가 대지진 이후 외국 국가원수로는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AP Photo
방사능 연구단체 크리라드의 맹활약
프랑스 정부가 일본 원전 사고 수습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일본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이 사고로 프랑스의 원전 건설 및 판매 사업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3월14일 안 로베르종 아레바 대표는 텔레비전에 출현해, 일본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튿날 알랭 쥐페 외교장관은 일본 원전 사고가 사상 최악이라고 말해 프랑스 국민을 혼선에 빠뜨렸다. 원전 사고에 대한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전 방사능을 연구하는 독립단체 크리라드(Criirad)는 후쿠시마 원전으로 인한 공기 중 방사능 전파와 관련된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크리라드는 현재 방사능 오염 수치가 나와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방사능 정보에 대한 불신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사고 직후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에 방사능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몇몇 기자가 해외에서 나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즈음 프랑스 드롬 지방에서 몇몇 시민이 모여 직접 방사능 피해를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크리라드 탄생의 단초였다. 이들은 지역의 빗방울·버섯·허브·흙 샘플 등을 수집해 방사능 피해 조사를 여러 실험실에 의뢰했다. 그러나 어떤 실험실도 이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리옹에 있는 원전 연구기관의 로베르 베로 교수가 이 조사를 수용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방사능 피해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샘플에서는 세슘·요오드 등 여러 종류의 방사능이 추출되었다. 특히 먹을거리가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원전 관련 정부기관 SCPRI의 임원은 그제야 방사능 오염 수치를 밝혔다. 당시 드롬 시청은 지역 농민들에게 방사능 조사로 인해 농산물 판매에 피해를 입게 되었다며 시민단체를 고발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크리라드는 정부와 독립된 방사능 연구단체로서 지금까지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피해에 관한 진실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서 비로소 밝혀졌다. 그때처럼 원전 산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정부와 기업의 로비가 존재하는 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피해 진상도 쉽사리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