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yangjungchul.tistory.com/136
몇 컷의 사진으로 만나는 노 대통령 빈자리
2011/03/31 07:36
얼마 전, 봉하에서 김경수 비서관으로부터 몇 장의 반가운 사진을 전송받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계시던 봉하마을 사저, 그 뒤뜰에 활짝 핀 봄 꽃 풍경이었습니다.
사진 속 꽃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며, 남쪽의 봄소식을 먼 곳까지 한 걸음에 전해줬습니다. 노 대통령은 생전에 나무와 꽃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곳에 꽃이 만발할 때면, 사람들을 데리고 가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라도 시켜주듯 이 꽃은 뭐고 저 꽃은 뭐고 설명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분은 가고 안 계신데, 무심한 꽃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올해도 흐드러지게 피어오릅니다. 사진 속 꽃들에게선 정작 아무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 분 체취는 느껴지는 듯합니다. 문득 뜰을 서성이는 듯한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합니다.
꽃 사진을 보다가, 재작년 봉하마을 서재 노 대통령님 ‘자리’를 핸드폰으로 찍어뒀던 게 떠올랐습니다. 한참 독서와 집필에 푹 빠져 계실 때, 참모들과 함께 열심히 토론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컷 담아뒀던 소중한 추억입니다. 고인께서 열심히 뒤적이던 책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 분의 손때를 간직한 채 있을 것입니다.
즐겨 앉으셨던 검정색 의자 역시 지금도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셨던 권양숙 여사님은, 지금도 항상 대통령님 빈 의자를 있던 그대로 보존하고 계십니다. 그 방에 손님들이 아무리 많이 방문해도 그 자리는 그대로 비어있습니다. 여사님 혼자 책을 읽거나 차를 드실 때에도 그 빈 자리가 여사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봉하에 내려가 서재에서 여사님과 담소를 나눌 때면, 그 빈자리가 늘 아프게, 아프게 느껴집니다.
봉하를 자주 찾는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님의 부산 변호사 사무실을 가도 노 대통령 추억이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라고 부르며 각별히 사랑했던 ‘친구 ’의 사무실에 선물하셨던 시계입니다. 고색창연한 시계의 앞유리 아랫 부분엔 ‘노무현 증’이라는 글씨가 지금도 뚜렷합니다.
무심한 시간은 잘도 갑니다. 시계바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글씨를 지나쳐 돌고 돕니다. 우리의 시간도, 우리의 삶도 시계바늘처럼 노 대통령의 흔적을 스쳐서 돌고 또 돕니다. 몇 컷의 사진들을 보며, 그 분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생전에 늘 앉아계시던 의자입니다.
가지런히 놓인 책과 빈 의자가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사저 뒤뜰에 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한그루 한그루 참 정성껏 가꾸셨는데...
산책을 하실 때면 나무 한그루마다 이름을 불러주듯 어루만지듯 소중하게 다루셨습니다.
문재인변호사 사무실의 오래전 노대통령 시계선물
"증 노무현" 글씨가 두분의 오랜 우정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