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69504.html
전남도 “영산강 통선문 곧 착공”…운하 현실화하나
“영암방조제 갑문 설계변경” 공식건의
“정부 긍정 반응…1천t급 여객선 운항”
환경단체 “운하로 가는 신호탄” 반발
정대하 기자 박영률 기자 김현대 기자 기사등록 : 2011-03-23 오후 08:02:40 기사수정 : 2011-03-23 오후 10:34:39
» 사시화 되는 4대강 운하사업 현황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서해와 영암호를 잇는 영암방조제에 1000t급 유람선 등이 드나들 수 있는 ‘통선문’(선박이 오가는 수문)을 내년 말까지 설치하는 계획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통선문이 설치되면 대형 선박이 영산호를 거쳐 나주 죽산보까지, 소형 요트 등은 광주 승촌보까지 오갈 수 있게 된다. 환경단체 쪽은 “4대강 사업 목표가 운하 사업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규탄했다.
■ 통선문 설치 가시화? 전남도는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영암호에 20m 규모의 통선문 설치 공사가 곧 착수될 수 있을 것”이라며 “2012년까지 통선문이 완공되면 1000t급 여객선과 500t급 관광유람선, 황포돛배, 요트 등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남도 건설방재국 관계자는 23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토해양부 4대강사업본부에 통선문 설치 문제를 건의했고, 민주당 한 의원을 통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맡겨 지난해 8월부터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영산강 하굿둑 구조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6189억원을 들여 내년 말까지 영산강 하굿둑 배수갑문 확장, 영암방조제 배수갑문 확장, 영산호와 영암호를 잇는 영암 연락수로의 확장 등을 하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영암호 하굿둑 배수갑문 확장 공사의 ‘설계를 변경해’ 통선문(너비 20m, 길이 70m)을 설치할 것을 최근 농식품부 등에 건의했다. 앞서 지난해 10월19일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심명필 국토부 4대강사업본부장에게 △영산강 하굿둑 통선문 확장(폭 6m→20m) △영암방조제 통선문 신설(폭 20m) 방안을 건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한겨레> 2010년 10월23일치 4면)
영암호 통선문이 완공되면 영암호로 진입한 배는 폭 140m로 확장되는 영암 연락수로를 거쳐 영산호에 들어설 수 있다. 이어 신설중인 나주 죽산보의 통선문(폭 12m)을 더 확장하면 광주 남구 승촌보까지 닿을 수 있다. 대규모 준설로 영산강 수심은 최소 5.2m를 유지해 1000~500t급 선박 운항에 걸림돌은 없게 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영산강 하굿둑 구조개선사업 예산 가운데 애초 사업비보다 낙찰가가 적어 발생한 ‘낙찰차액’ 500억~600억원으로 통선문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운하 사업 논란 농식품부는 23일 해명자료를 내어 “통선문 설치사업 추진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정부내 방침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4대강사업본부 고위 간부는 “전남도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전남도가 통선문 설치를 공식 건의해 농식품부와 국토부 등이 검토하고 있는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 국토부 고위 간부는 “전남도 쪽에서 얘기가 나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선문 사업을 할 것이라면, 가물막이 공사를 두 번 하지 않도록 지금 하는 것이 예산 절감 차원에서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4대강 16개 보에 상·하류 수위 차를 조절하는 통선문을 설치하면 언제든지 운하로 전환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경기개발원이 지난 2월 한강 신곡 수중보 이전 설치 논란과 관련해 대안으로 내놓은 통선문 설치 계획을 보면, 통선문의 폭 22m(길이 253m)의 경우 사업비는 541억원, 폭 12m(길이 130m)의 경우 225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4대강 보 공사의 설계를 변경해 통선문을 설치하면 본격적인 운하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김현대 박영률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