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2. 23:30

다시, 레임덕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 미디어스





출처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07
 

다시, 레임덕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비평]KBS 수신료 인상안과 조중동 그리고 레임덕
 2011년 03월 11일 (금) 16:29:00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레임덕은 없다’ MB가 기회 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말이다. 횟수가 너무 누적돼 오히려 레임덕에 일종의 강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올 초 뜨겁게 전개되던 레임덕 논쟁은 오히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레임덕 논란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은 우선, 현재 야권에 레임덕을 받을 수 있는 잠재 권력이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현실 권력에 대당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권력의 부재는 역설적이게도 현실 권력의 빛을 극대화하는 효과로 발휘되고 있다. 만약, 야권이 조기에 단일후보를 배출하고, 연대연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MB의 레임덕은 실제로 꽤 오래도록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더 있다. 정동기 사태 당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휘청거리는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예상외로 빠른 수습을 보였던 것이 결정적으로 레임덕 논란을 내렸다. 야권의 부진이 외부적 요인이라면, 이유야 어찌되었건 내부 단속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MB의 확실한 능력이다. 정색하고 청와대를 치받을 것 같던 여당은 대통령의 불편한 심사가 전달되자마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지금의 여권 지도부는 전혀 MB를 불편하게 하지 못 한다. 현실적으로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이 레임덕을 끌어오진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권력의 역학관계가 변화하는 기점은 결국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뿐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역시 아직은 현실 권력의 권위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 하고 있다. 

내외부의 정치적 요인들을 자의와 타의로 유리하게 관리하면서, 아직까지 사회의 중추적 부문에 대한 장악력은 변함없이 작동하고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김 수사에서 보듯 임기 4년차를 지나고 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데 일사분란한 모습이다. 방송의 침묵 역시 큰 지원이 되고 있다.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다부진 맘을 먹고 버티던 이들조차 조금씩 지쳐가면서 방송은 더 이상 권력의 안위에 영향을 끼치지 못 하는 불능의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 MB가 무릎기도 하는 모습은 상당한 놀라움과 함께 여러 뒷말과 패러디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이슬람채권법 논란 등과 관련해 MB가 결국 기독교에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오히려 변수를 꼽자면, 조중동이다. 레임덕 논쟁 자체가 조중동이 정권을 때리기 시작하면서 파생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종편 사업자 선정 이후 ‘강약중강약’의 형태로 권력을 어르고 달래는 조중동의 현란한 스텝은 그들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이토록 오래 지배해왔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여론을 치고 빠지고, 정국을 밀고 당기는 그들의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기술의 세련됨이 부족한 MB는 조중동의 노련함을 당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중동이 스텝을 바꾼 지 불과 두 달이지만, MB는 그 사이 몇 번이나 위기관리에 취약한 아마추어의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중이다. 1차적 목표였던 방송 진출의 숙원을 이미 달성한 조중동은 껍데기뿐인 사업권만 인수받을 수는 없다는 공통된 이해관계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물론, MB로부터 추가 특혜를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라 아직까지 ‘살수’를 두진 않고 있다. 하지만 딜레마는 분명해 보인다.

때리지 않을 땐 몰랐는데 때리기 시작하고 보니 MB가 너무 엉성하다. 정동기 사태의 경우 제 아무리 MB와의 집단적 유대가 굳건하다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선은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변화된 관계를 과시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구제역 파문과 물가 문제 그리고 최근의 상하이 외교 기밀 유출 파문 등에 이르기까지 MB의 실력은 워낙 ‘낙제’ 수준이라 기술적인 타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방적이다.

물론 당장 보기에는 일방적으로 조중동에게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MB 역시 아직까지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조중동은 전파를 쏘기 전까지 최대한의 특혜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 특혜를 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MB의 선택이다. 몇 개월 이례적인 타작을 경험하면서 MB 역시 줄 수 있는 당근을 미리 다 줘버릴 경우 뒷골이 서늘해질 수 있다는 세상사의 순리를 터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임기 중반에도 조중동이 재채기를 하면 비지땀을 흘렸는데, 임기 막판에 조중동이 아예 코를 풀어버리면 질식사 할 수도 있음을 권력도 깨달았을 것이다.

얼마 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국을 ‘에리카 김, 장자연 그리고 덩 여인’이 끌고 가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중요한 지적이다. 에리카 김은 정권의 치부와 관련된 문제이고, 장자연 사건은 조선일보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덩 여인에게 선정적 시선을 던지는 조중동의 의제 세팅으로 장자연 사건이 다소 덮어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에리카 김이 귀국했다는 사실을 떠들썩하게 전했던 조중동은 어찌된 일인지 아직까지 BBK 관련 편지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전혀 전하지 않고 있다. 정국을 이끄는 세 여인과 관련해 두 여인에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희한하게도 한 여인은 어느 순간부터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 11일자 조중동은 한 목소리로 국회에 상정된 "KBS 수신료 인상안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아직은 다소 차분한 모습이지만, 실제 수신료 인상안이 처리될 움직임을 보이면 조중동의 반발은 최고치로 격상될 것이다.  
 
왜일까? 조중동의 의뭉스러운 합작에 KBS 수신료 문제를 대입해보면 어렴풋하나마 힌트가 나온다. 오늘(11일) 조중동은 약속한 것처럼 똑같은 문제의식으로 KBS 수신료 인상안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KBS 2TV의 광고가 존치된 채 수신료만 인상되면 조중동은 몇 천억 원에 이르는 먹을거리를 따로 구해야 한다. 순식간에 생존 서바이벌이 격화되는 셈인데,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종편에 대한 추가 특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만에 하나 KBS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해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때 비로소 조중동은 애써 외면했던 한 여인, 에리카 김의 문제에 집착할지 모른다. 속단할 순 없지만 개연성은 충분한 이 상상이 현실이 될 경우 권력을 유지하는 중추적 권력이 나가떨어질 수 있다. 만에 하나 조중동이 구제역이나 물가 문제 수준으로 BBK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 검찰은 버티지 못할 것이고, 검찰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MB의 진짜 레임덕이 시작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합의 상정된 KBS 수신료는 MB의 레임덕과 연관된 가장 핵심적인 궁금증을 던진다. 조중동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 전반과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비교적 안락하게 권력을 행사해 온 MB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도 권력의 안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KBS에도 떡고물을 나눠줘야 할 때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잠재된 모든 위험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레임덕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일사분란하게 권력을 떠받치는 세력이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지금의 수신료 인상안은 필연적으로 조중동과 KBS를 분열시킨다. 현행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고, 조중동에게도 무엇을 더 준다면 정권의 뒷날이 불안해진다. 그렇다고 무엇도 안 하면 조중동과 검찰이 분란을 일으킬지 모른다. KBS 수신료가 뜻하지 않게 권력 내부의 결속력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