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032121285&code=990101
[사설]반성없는 ‘MB 외교’, 남은 2년이 걱정스럽다
입력 : 2011-03-03 21:21:28ㅣ수정 : 2011-03-03 21:21:28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계기로 지난달 24일부터 외교통상부가 지난 3년간의 외교성과를 e메일로 연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를 필두로 그제 ‘영사 서비스 강화’까지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핵안보정상회의, 한·미, 한·EU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미 전략 동맹강화, 중·러 등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수주 등 외교부는 연일 업적 자랑에 여념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자화자찬’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하다. 우리 외교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현 정부가 가장 큰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는 G20 정상회의부터 보자.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지속적으로 펴기로 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상을 강화하고 국격 제고의 역사적 모멘텀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물론 각국의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서울 G20 회의가 국제통화기금(IMF) 이사국 조정 등 일정 부분 구체적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 등과 같은 중요 의제들은 사실상 올해 파리 G20 정상회의로 넘겨졌다. 정부가 ‘국격 제고의 역사적 모멘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도취다.
대미, 대중 외교에 대한 정부의 홍보는 낯이 간지러울 정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가 소원해져 급기야 주중 대사를 중도 교체해야 하는 ‘수모’를 겪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이뿐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동맹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지나친 대미 편중 외교를 펴는 바람에 미국과의 비대칭적 관계를 더욱 심화시켰다. 논란이 많았던 FTA 추가협상, 아프간 재파병 등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최소한의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보다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한국 외교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구호나 행사 선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겉포장만 있고 알맹이는 빠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외교도 자기반성 없이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하물며 대부분의 사람이 허물을 알고 있는데도 혼자만 모른 체하면서 자기선전에만 열을 올린다면 결과는 뻔하다. 후퇴는 물론이고 심지어 경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외교가 바로 그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지난 3년간의 외교를 겸허한 자세로 돌이켜보아야 한다. 지금처럼 자기도취해서는 우리 외교의 앞날이 캄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