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 20:10

엄기영 출마선언…진짜 고향은 어디? - 경향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021556281&code=910402

엄기영 출마선언…진짜 고향은 어디?
춘천|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입력 : 2011-03-02 15:56:28ㅣ수정 : 2011-03-02 15:58:46



2일 오전 11시 엄기영 전 MBC사장의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이 열린 한나라당 강원도당 사무실. 엄 전 사장은 이날 “위기의 강원도를 구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하게 됐다”며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얼마나 강원도에, 그리고 도민들에게 힘이 되느냐, 득이되느냐’ 만을 생각하고 정당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엄 전 사장은 회견을 마친후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친근감을 나타내려는 듯 사투리까지 동원했다.

“출마선언을 하셨는데 고향은 어디로 써야 하나요”(기자)
엄 전사장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내 고향은 평창이래요.”

몇몇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엄 전 사장이 지난해 8월 춘천으로 주소를 옮긴 직후 일부 언론에 자신의 고향을 춘천으로 명시해도 무방하다고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뒷얘기 무성한 고향 논란 = 엄 전사장은 고향은 한동안 평창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상당수 언론에선 과거 국회의원 선거때 마다 영월·평창·정선·태백 선거구의 출마예상자로 엄 전사장을 거론해 왔다.

당시 고향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던 엄 전사장이 지난해 춘천으로 이사를 하자 지역정가에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도대체 정확한 고향이 어디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한때는 인구가 많은 지역임을 감안, 중·고등학교를 나온 춘천을 고향으로 지목하더니 이제는 다시 평창이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텃밭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 같다”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이밖에 엄 전사장은 MBC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8년 9월15일 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장을 방문,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극중에 큰 병원 가려면 ‘장성’에 가야 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거기가 제 고향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향에 대한 언급이 자주 바뀐 것은 이사를 많이 다닌 엄 전 사장의 성장과정에 기인한다.

엄 전 사장의 출생지는 강원도가 아닌 충북 충주다. 강원 홍천 지역에 거주하던 엄 전 사장의 부모가 6.25 전쟁으로 피란에 나섰다가 충북 충주에서 그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후 엄 전 사장은 강릉 옥천초교에 입학한 후 삼척 장성초교(2~3학년·현재는 태백 장성초교), 울진 삼근초교(3~4학년), 평창초교(5~6학년)등을 거치는 등 이사를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 졸업 뒤 춘천에 있는 친척집에 기거하면서 춘천중학교와 춘천고교를 졸업했다. 엄 전사장의 지인들은 “학교를 많이 옮겨 다니다 보니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많을 수 밖에 없지 않냐”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고향논란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강원도민을 위한 것” = 엄기영 전 MBC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 서기까지 깊은 고뇌의 시간 가졌다”며 “강원도가 처한 어려운 현실과 변화 바라는 도민들의 염원 생각해 결단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연내 지정, 원주~강릉간 복선전철 등 강원도의 5개 핵심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엄 전 사장은 “이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강원도와 도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의 싸움을 통해서라도 모든 것을 쟁취해 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입당 명분과 관련, 그는 “판단의 가치는 오직 얼마나 강원도에 이익되느냐 그 한가지였다”며 “강원도민 위한 더 큰 정치, 힘 있는 정치를 위해 한나라당 입당해 당당히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엄 전 사장은 “나는 MBC 사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언론에 관해 이견이 있었고, 언론자유는 소중한 가치이나 이것이 좌절돼서 사장직을 사퇴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도와 도민을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민주당 최문순 전 의원과의 대결구도에 대해서는 “고교와 언론생활을 함께한 사랑하는 후배로 능력과 자질을 높게 평가한다”며 “후보가 된다면 도민의 염원과 도의 발전을 위해 누가 적합한가 당당하게 토론하고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한편 엄 전 사장은 이날 출마선언과 함께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앞으로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당강자강’(당당한 강원도 자랑스런 강원도민) 민심현장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명분 논란이 있다. 현 정권에서 MBC사장직을 내놨는데 왜 한나라당을 택했나.

“사실, 팩트에서 오류가 있다. 스스로 사퇴했다. MBC 사장직 물러난 것은 정부와 다소 언론에 관해 이견 있어서다. 분명히 얘기한다. 언론자유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그것이 좌절돼서 사장직 사퇴한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쟁자로 나선 민주당 최문순 전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 전의원은 고교 언론사 생활을 함께한 좋아하고, 사랑하는 후배다. 최문순 후보 능력과 자질을 높게 평가한다. 앞으로 후보가 된다면 당당하게 도민 염원, 강원 발전에 누가 더 적합한가 토론하고 심판 받을 것이다. 최 전의원이 최근 ‘자리를 양보할수 있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 가더니 말을 잘하고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지사 자리가 버스 자리 양보하듯이 쉽게 양보할 수 있는 가벼운 자리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원발전 위한 핵심 5개 공약은 이미 나와있던 것 같은데 새로운 비전과 핵심공약은 있나.

“핵심 현안은 해결할 것들이다.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변방으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도정 중단으로 온 국민이 애처럽게 강원도를 바라보고 있다. 강원도를 명품으로 만들어나갈 복안이 있다. 정책 보고서 낼때 자세히 설명하겠다.”

-사임 당시 후배들에게 MBC를 지켜달라고 했는데.

“후배들에게 MBC를 지켜달라고 했다. 언론의 자유,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꼭 지켜야 할 가치다. 비판정신 계속 지켜나가길 호소한 것이다. 정권과 언론관계 계속 그래왔듯이 불편한 갈등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후배 기자들이 그 비판 정신 가지고 가기를 바란다.”

-최문순 전의원은 엄 전사장과의 대결이 부담스럽다고 하던데.

“가정을 놓고 얘기하긴 그렇다. 최문순 후배도 민주당 경선하다고 했고, 저도 한나라당 경선 임하겠다고 했다. 경선 통과되고 나면 후배라든지 이런 것 관계없이 누가 더 강원도민을 위하는지를 놓고 선택받아야 한다. 강원도민은 나를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