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0. 18:10

국립박물관 'MB 홈피'? - 경향




국립박물관 'MB 홈피'?

누구를 위한 국립중앙박물관인가..

from 스쳐지나가는 일상 2011/02/09 17:22  윤민용



"이명박 대통령, 2월 2일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지난 2일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 관람을 기념해 메인페이지를 이렇게 바꾼 것이다.
이전 같으면 보고 싶은 정보를 찾아 바로 다른 메뉴로 들어갔을텐데, 때마침 아는 후배가 메신저로 말을 걸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를 봤느냐 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메인 화면의 프레임은 고정된채, mb의 박물관 관람 사진만 10여장이 슬라이드로 돌아갔다. (아래 사진 참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2010년 11월 11일 열렸던 서울 G20 정상회의 장소를 일반에 공개한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맞이하였던 으뜸홀과 정상들의 회의가 열렸던 특별전시실을 오는 11월 21일까지 원형 그대로 유지하여 일반인들이 체험하고 또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후략) 
 원문참조

한쪽에서는 G20포스터에 그래피티를 그렸다고 기소를 당했는데, 한쪽에서는 이렇게 그것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서서 곳곳에 G20의 흔적을 새겨놓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G20정상회의 진행 과정과 당시 세계정상들에게 선보인 명품을 선정해 이를 기념해 무려 "의.궤"를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G20 서울 정상회의 환영리셉션, 업무만찬 의궤(국배판, 52쪽)’를 발행하였다. 
 
 G20 서울 정상회의 첫날 인 11월 11일 오후 6시부터 환영리셉션과 업무만찬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었고, 세계 정상급 인사 33명이 박물관을 방문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번 G20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그 동안의 행사 준비 및 진행 과정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관련 내용과 사진들을 정리하여 의궤로 만들었다. 의궤에는 박물관의 소장유물 중 환영리셉션 장소의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명품유물 전시, 정상 업무만찬장의 황남대총 출토유물과 오리모양토기 전시, G20 업무만찬 관련 장소 선정 과정 및 준비 현황, 사후 활용 계획, 국내외 언론보도 내용 등이 수록되어 있다.    (원문참조)

의궤라니... 
행사의 종합보고서라는 의미에서 갖다 쓴 건 알겠지만, 다른 숱한 말이 많은데 조선왕실의 기록문화를 대표하는 의궤를 이렇게 함부로 갖다붙여 써도 되는것일까?
그렇다면 이전에는 왜 이런식의 보고서에 '의궤'라 붙이지 않았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이니,  의궤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 신중했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의궤는 행사의 사후보고서가 아니라 사전 시뮬레이션을 위해 만들어진 배치도 성격의 기록물이다. 이렇게 저렇게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궤를 만들 때는 상당수의 인력이 동원되기에 의궤도감이라는 기관을 따로 설치해 의궤를 만들고, 제작이 완료되고 나면 폐지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정정합니다. :제가 의궤에 대해 설명드린 부분은 의궤 반차도 부분입니다. 의궤는 행사의 종합보고서가 맞고요. 이미지를 제외한 기록의 경우 이러저러하게 진행했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 일반에 흔히 보여지는 반차도, 행렬도의 경우 미술사학계에서는 사전 시뮬레이션을 위해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의 G20 우려먹기는 계속된다.
최광식 전 관장은 지난해 12월  "박물관에서 읽는 우리시대 문화 이야기"의 강연자로 나서서 "고려불화대전과 G20 정상회의"를 주제로 내세웠다.  

이 행사 보도자료에는 "G20 행사 개최는 21세기 박물관이 지향하여야 할 문화 소통의 장으로서 박물관 기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따라서 이번 강연회는 기획전과 G20 행사 개최의 배경과 경과 및 의의와 성과를 청중들에게 소개하고,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마련됐다."고 되어있다.  

지난해까지 <인문학 토요멱사특강>으로 열리던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여는 무료특강도 <인문학, 함께 공감하다-국립중앙박물관 토요 연강連講>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여기에도 G20을 우려먹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물을 엄선해 보여주는 강좌인데, “G20 세계정상과 함께한 국립중앙박물관” 이라는 부제를 덧붙였다. 


언제부터 우리 유물을 일반에게 알리는데 G20 과 같은 국제적 권위(?)의 행사를 빌려서 홍보해온걸까. 국제적 권위가 없으면 우리 유물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건가?
대단한 문화적 권위를 가진 행사도 아닌 G20을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이 계속해서 기념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물관이 문화소통의 장으로 기능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은 현재와 소통하되, 과거를 보존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과거를 보존/전시하기에, 기본적으로 박물관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공간이 지금과 같은 정치이미지쇼에 동원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박물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박물관을 아끼는 이로서, 사실 최근 몇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의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실 아쉬움도 많다. 

그러니, 말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면, 제발 적어도 그 위상에 걸맞게 연구와 교육과, 전시 행사에 집중해달라. 그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라. 
    
*MB를 극진히 수행한  박물관장은 2월 8일 문화재청장으로 발령났다.
 그리고 9일 오전 새 박물관장이 취임했다.
 
 9일 오후, 박물관 메인페이지는 살짝 바뀌었다. 다른 특별전 포스터이미지 4장과, 2월 2일 MB 방문당시 촬영한 스틸 사진 4장으로 구성된 슬라이드쇼였다.

*화면캡처 협조: csi


출처 : http://artemix.khan.kr/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