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0. 00:56

반값등록금 광화문집회 무더기연행 "야만적" - 미디어오늘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592
 

반값등록금 광화문집회 무더기연행 "야만적"

경찰, 천여명 대학생중 73명 강제연행···저소득층·B학점 이상에 '기만' 불만 폭발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1.05.29  20:54:40
 
반 값등록금을 촉구하는 대학생 1000여 명이 28일 오후 2시경 광화문 앞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자 경찰이 70여 명의 학생들을 전격 연행해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대학생들이 단독으로 서울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진 것은 최근 몇년 사이에 처음있는 일이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서울마로니에공원에서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날 장소를 광화문광장으로 급거 변경해 집회를 가졌다. 대학생들이 이날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 모여 집회를 갖자 경찰은 집회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이라고 경고한 뒤 학생들을 대거 연행하기 시작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29일 저녁 “현재 양천경찰서에 11명, 구로서에 11명, 금천서 10명, 동대문서 9명, 종암서 9명, 동작경찰서 11명, 수서경찰서 11명, 종로서 1명 등 모두 73명이 연행됐다”며 “학생들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경찰은 48시간 동안 잡아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대학생들을 대거 연행하자 광화문광장에 모여있던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경찰의 무리한 연행에 거세게 항의했다. 또 일부 대학생과 시민들은 경찰의 강제 연행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갖기 어렵게 되자 종각과 명동성당 부근으로 흩어져 거리 시위와 집회를 갖기도 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경찰의 집회 진압과 대학생 연행에 항의하는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이 오후 5시경부터 반값등록금과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갖기도 했다. 이 촛물문화제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한대련이 이날 집회장소를 급거 광화문광장으로 변경한 것은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그 대상을 '저소득층'과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날 아침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 주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를 열던 학생들이 연행되는 장면. ⓒ트위터사용자 'myung2gi'
 
안 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한대련이 집회장소를 마로니에공원에서 광화문광장으로 급거 바꾼 데 대해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나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이 제한적으로 실시될 조짐을 보이자 대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진걸 팀장은 "대학생들은 저소득층과 B학점 이상에게만 국가장학금을 주겠다는 발상은 결국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결국은 대학생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소득 하위 50%에 대한 차등 장학금 지원제도’와 함께 ‘B학점 이상이 돼야’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결국 말만 반값등록금이지, 그 수혜 대상이 일부 대학생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대학생들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집회와 시위에서도 “한나라당의 반값등록금이라는 건 결국 기만이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9일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학생들. ⓒ트위터 사용자 myung2gi
 
트위터상에서도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촉구투쟁을 지지하며 현장 상황을 중계하거나 경찰의 대거 연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닉 네임 ‘amante1025’은 트위터에 “대학생들이 몇배가 넘는 경찰들 속에 갇혀 있었던 세종대왕상 근처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졌다”며 “심지어 대학생들의 소리를 들으려는 시민들에게 경찰은 ‘범죄 현장이라 접근할 수 없다’고 하며 시민들에게 안전한 장소로 피신하라는 방송을 연신 쏟아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런 정권, 이렇게 국민을 기만하고 대학생을 사지로 모는 이 정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 아래 대학생은 희망도, 미래도 없습니다. 오로지 강요되는 경쟁속에서, 천정부지의 등록금 속에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죽어갈 뿐”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우리 대학생들은,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내일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더이상 우리의 친구들을 이 포악하고 야만적인 정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촉구했다.
 

29일 방송된 SBS <8뉴스>
 
시 위에 함께 했던 'klein89'는 트위터에서 "오늘 우리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화염병도 각목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각목을 가지고 오더니 심지어 소화기를 가지고 오더군요.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법입니까?"라고 되물었다.

그 는 "채증을 하고 아무 죄없는 대학생을 때리는 것이 옳은 것 입니까? 아니면 대학생들을 압박하고 발로 짓밟는것이 옳은 것입니까? 아니면 사복경찰을 배치하고 대학생들에게 '고소를 하겠다'며 협박하는게 옳은 것입니까?"라며 "오늘 정말 많은 아이들이 울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찡하고 당장 청와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이 아팠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함께 해주세요"라고 촉구했다.
 

29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다 른 트위터 사용자 's2hannari'는 "대학생연행장면...지금이 과연2011년이 맞나요?? 정말 말도 안돼,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썼고, 'cheonyang'는 "천여명 시위 70여명 연행! 민주여!!일어나라! 우리가 주인이다!!필히 심판하자"라는 구호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행된 대학생들 풀어주세요. 스스로에게 보였던 그 끝없는 관대함을 생각하면 이들을 연행하는 건 무척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러 교수님들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싸움에 뒷짐지지 맙시다. 이거 애들한테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 싸움의 맨 앞줄엔 서지 못해도 옆에는 서있자구요"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