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262212495&code=940701
한국군 5만여명 동원… DMZ 고엽제 맨손 살포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입력 : 2011-05-26 22:12:49ㅣ수정 : 2011-05-26 23:42:45
美정부 문건 “60년대말 살포”
주한미군도 1만2천여명 노출
1960년대 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전개된 주한미군과 유엔사령부 주도의 고엽제 살포 작전에서 한국군 약 5만명이 맨손으로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2000년 11월3일자 기사에서 미국 보훈부가 고엽제 노출 미 참전용사에 대한 조사를 68~69년 주한미군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당시 “한국군 약 5만명이 고엽제를 맨손으로 뿌렸다”고 보도했다.
한 국군의 고엽제 살포 사실은 1년 전인 99년 11월17일에 공개된 DMZ 고엽제 살포 계획에 관한 미군 보고서 ‘식물통제계획 1968년’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고서는 “1차로 진행된 44일간 작전 때 한국군 3345명이 동원돼 1658에이커(6.7㎢)에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 국방부도 육군 1군이 68년 4월15일부터 5월30일까지 예하 사단병력 연인원 2만6639명을 동원해 에이전트 오렌지 등 고엽제 3종을 뿌렸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과 유엔사는 DMZ 인근지역의 우거진 수목 때문에 북한 간첩의 침투가 용이하다고 판단해 68년 3월31일 DMZ에 고엽제를 살포하는 ‘식물통제계획’을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DMZ 고엽제 살포는 68년 4월15일~5월30일, 69년 5월19일~7월31일 두 차례 이뤄졌다.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부를 둔 퇴역 주한미군 단체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의 테드 바커 회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미군보다 한국 병사들이 제초제 살포에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군들보다 한국 군인들의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공개한 미 정부 문건에 따르면 당시 DMZ 주변에서 복무했던 주한미군 가운데 최대 1만2056명이 각종 고엽제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체가 공개한 문건에는 또 미국이 68~69년 주한미군에 보급한 각종 고엽제 중 상당량이 실제 살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바커 회장은 살포되지 않은 제초제가 분명히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남은 고엽제가 어떤 식으로 처리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79년 1월4일 행정명령 12114호 ‘해외 미 정부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을 통해 해외의 모든 미국 정부 시설에서 인체에 해롭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킬 사안에 대해 향후 8개월 안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78년 봄 왜관 캠프 캐럴에 매몰됐던 고엽제 드럼들을 다시 파내어 다른 곳에 폐기하는 등의 오염대책을 세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