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5. 09:32

“완공시기만 맞추자” 막무가내 준설공사 - 한겨레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79199.html
 

“완공시기만 맞추자” 막무가내 준설공사

임시물막이·오탁방지막도 없어
환경협의기준 무시…악영향 우려 
박주희 기자  기사등록 : 2011-05-22 오후 08:49:30
 
지 난 20일 오전 경북 칠곡군 약목면 칠곡보 상류 500m 지점에서 준설작업이 한창이었다. 4대강사업 24공구 공사 현장인 이곳에서는 굴착기 6대가 강물 속에 삽날을 집어 넣어 모래를 퍼올리고 있었다. 준설현장 주변은 온통 흙탕물이었다. 물막이나 흙탕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오탁방지막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19일 오후 찾은 4대강 사업 33공구 상주보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굴착기들이 삽날과 본체를 연결하는 붐까지 절반 이상 물 속에 담궈서 모래를 퍼올리고 있었다. 준설현장 주변에 오탁방지막이 있었지만, 일부가 끊어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이날 오전 경북 예천군 풍양면의 낙동강 준설 구간에서도 굴착기들이 물속에 삽날을 담궈서 준설작업을 벌였다. 이곳도 역시 물막이나 오탁방지막은 보이지 않았다.

19~21일에 둘러본 낙동강 4대강 공사 현장 곳곳에서는 이처럼 물막이도 설치하지 않은 채 굴착기들이 물 속에 들어가 직접 준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에 쓸려간 오탁방지막도 복구하지 않은 상태였다.

환 경영향평가 협의 기준은 얕은 물에서 준설할 때는 임시 물막이로 물을 밀어낸 뒤 굴착기로 작업해 흙탕물 발생을 줄이도록 했다. 준설 막바지에 접어들며 한껏 속도를 올리고 있는 현장에서 이런 기준은 의미가 없었다. 칠곡보 시공업체인 대우건설의 환경담당 직원은 “현재 준설을 90% 이상 끝내고 막바지 공사를 하기 때문에 임시 물막이를 새로 하기는 힘들고 오탁방지막은 이달 초 비에 쓸려내려가 다음주 새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초기에 대규모 준설로 강물의 탁도가 증가할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공사 기간에 임시 물막이와 이중 오탁방지막을 설치하고, 진공흡입식으로 준설해 탁도를 관리하겠다고 발표하고 홍보해왔다.

박 창근 관동대(토목공학과) 교수는 “6월 말 완공 목표를 맞추려다보니, 형식적으로나마 설치했던 오탁방지막조차 자취를 감추는 등 환경협의 기준을 무시한 채 공사가 밀어붙여지고 있다”며 “이런 속도전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줄 요인들이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칠곡/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