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3. 22:49

盧 2주기 "권여사, 바위 쪽은 아직도 못 봐" - 노컷




출처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809402
 

盧 2주기 "권여사, 바위 쪽은 아직도 못 봐"
2011-05-23 10:05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김경수 "盧 마지막 비서관도 운명"
- 盧 대통령 빈 자리 너무 크다
- '아방궁' 발언, 사과 꼭 필요해
- 권여사 봉하마을 거처 최종 결정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그 날 아침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토요일 아침에 갑자기 속보가 나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산을 하던 중에 낙상한 것 같다, 부상을 당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이 앵커가 심하게 떨면서 서거하셨다, 이런 멘트를 하던 모습이 충격이었죠.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그날 이후에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서 봉하마을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고, 지금도 권양숙 여사와 함께 봉하마을에서 살고 있는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을 연결해보죠.

 
◇ 김현정> 서울 날씨는 약간 찌푸려져 있는데, 봉하의 하늘은 어떻습니까?

◆ 김경수> 봉하는 비가 약간씩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 행사가 있는데 좀 걱정입니다.

◇ 김현정> 주말에도 5만 여명이 다녀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사실은 사무국장이라는 호칭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비서관이라는 호칭이 더 친숙하실 거예요. 그렇죠?

◆ 김경수> 비서관이라는 호칭이 몸에 좀 익은 느낌입니다.

◇ 김현정> 오늘 같은 날은 그분이 많이 보고 싶으시죠?
 
◆ 김경수> 네. 그런데 추도식 행사가 있는 날은 행사준비나 이런 것 때문에 분주하다보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좀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으실 텐데, 노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김경수 사무국장 개인으로도 삶이 예상치 못하게 확 달라져버렸을 것 같아요. 전 후의 삶이 어떻습니까?

◆ 김경수>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많이 달라졌고요. 또 다른 면에서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계신 것과 계시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이고요. 대통령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느낌을 여러 군데에서 자주 받으니까요. 그렇지만 뒤집어보면 대통령께서 봉하에 내려오시면서 갖고 계셨던 꿈이나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는데, 비록 계시지는 않지만 결국 봉하에 있는 사람들이 그 꿈을 이어서 그대로 실천해나가고 있고, 대통령님의 추모기념사업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요. 큰 틀에서 방향을 보자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노무현 전 대통령 자서전 이름이 ‘운명이다’ 인데요.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 김경수>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피하기 어려운 운명인 것 같아요. 봉하로 내려올 거라는 것을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재임 막바지에 제가 맡았던 역할이 대통령님을 계속 보좌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봉하로 같이 내려가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도 하고, 주변에 선배들과 상의도 됐던 것 같고요. 그래서 이것이 어찌 보면 대통령님을 모시면서 청와대에서 제가 맡았던 역할에 따른 운명 같은 일이 아니었겠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사실 어쩔 수 없이 삶이 가장 많이 달라진 분은 권양숙 여사일 것 같아요.

◆ 김경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사저 안에 있는 사무실로 매일매일 출근을 하시는 거죠? 누구보다 옆에서 가깝게 죽 지켜보고 계시는데, 우선 권 여사님 건강은 어떠세요?

◆ 김경수>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작년 1주기까지 많이 힘드셨던 것 같고,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1주기 때, 대통령 묘역이 완공이 됐었거든요. 묘역을 완공시키고 그 이후에 꾸준히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대통령 기념사업이나 노무현 재단을 중심으로 하나씩 추진되어나가면서 여사님도 많이 안정을 찾으신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도 때때로 괴로움을 좀 토로하고 계십니까?

◆ 김경수> 속으로 많이 힘드실 텐데요. 저희들한테는 그런 내색을 많이 하지 않으시는 편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난 금요일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봉하에 내려와서 묘역에 참배도 하고, 권여사와 환담도 나누셨다고요. 그 자리에 함께 계셨죠?

◆ 김경수> 네. 같이 배석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권 여사께서 저희가 맺힌 게 많다,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의미입니까?

◆ 김경수> 약간 설명이 필요한데요. 아무래도 한나라당에서 온다고 하니 백원우 의원도 내려와서 같이 자리를 했는데요. 그 자리에서 백원우 의원이 황우여 원내대표를 원래 잘 알고 편하니까 그동안 서운했던 점을 좀 강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2년 전에 대통령님 계실 때 대통령님 사저를 한나라당에서 아방궁이라고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랬었죠. 홍준표 의원이 했던 발언이죠.

◆ 김경수> 당시 한나라당은 당 대변인 논평으로까지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것을 거론하면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한 일 아니겠느냐, 와보니까 어떤가, 이 곳이 아방궁이냐? 명백히 사실관계가 잘못된 당 차원의 비난논평이 있었으면 다시 당 차원에서 수습하고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정치문화를 바로 잡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라고 좀 강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 김현정> 아방궁 발언의 사과를 당 차원에서 해 주십시오, 이렇게 백 의원이 주문을 하셨군요.

◆ 김경수> 그렇죠. 그런 취지로 말씀을 하신 거죠. 당시에 했던 발언록들을 다 조사하고 갖고 와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여사님께서 백원우 의원이 손님 모셔놓고 좀 민망할 정도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강하게 많이 하시니까, 우리 사람들이 당시에 맺힌 게 많아서 그러니 좀 이해를 하십시오, 이런 차원에서 말씀을 하신 거죠.

◇ 김현정> 권 여사께서는 오히려 좀 진정하고 괜찮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라는 의미가 되는 거군요. 앞 뒤 자르고 딱 이 문맥으로만 보도가 되니까 굉장히 맺힌 게 많아서 뭔가 토로하고 싶은데 참으신다고 이해를 했었습니다.

◆ 김경수> 아무래도 언론보도가 낳은 한계 같은 것, 우리 참여정부 때에도 많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렇다면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혀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하시던가요, 뭐라고 답하셨어요?

◆ 김경수> 그 자리에서는 당에 돌아와서 잘 검토해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김현정> 권양숙 여사 개인적으로도 사과를 받아내고 싶으실까요?

◆ 김경수> 그 자리에서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사과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될 문제다, 비난해놓고 그 뒤에 나 몰라라 해버리는 식의 정치를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사실은 봉하 마을이 권 여사 개인적으로는 참 아픈 장소일 수 있는데, 혹시 다른 곳으로 이사할 계획 같은 것은 의논해본 적이 없으세요?

◆ 김경수> 찾아오셔서 가끔 그렇게 건의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저를 얼마 전에 일반에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셨고요. 그러면 지금 사저에서 거처를 하고 계시니까 옮기셔야 되는데, 봉하마을 내에 다른 장소에 마련해서 옮기겠다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셨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봉하를 계속 지키고 있는 것이 대통령 묘역과 생가도 관리해야 되니까, 그런 점에서 본인의 책무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그 부엉이바위를 매일 같이 보면서 다니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이실텐데요.

◆ 김경수> 지금도 그 쪽은 잘 못 보십니다.

◇ 김현정> 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보셨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역사상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 2위로 뽑히셨어요. 1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은 2위. 들으셨으면 좋아하셨을까요?

◆ 김경수> 민심이라는 게 해석하기가 참 어려운데요. 아마 대통령님의 진정성이나 가치, 이런 것을 국민들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결과인 것 같아서 좋기는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이 계셨으면 아마도 마냥 좋아하시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대통령 재임 중에 가장 힘들어 하셨던 게, 좌우로부터 협공당하는 것이었거든요. 좌파신자유주의라는 말도 들으셨고, 오른쪽에서는 좌파라고 비난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싸잡아서 비판하고, 그 사이에 끼어서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기가 힘든 상황을 제일 힘들어하셨는데요. 그런 구조가 해결되지 않고 또 다시 누군가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 또 다시 국정을 힘들게 운영하는 대통령이 나올 텐데, 그런 점에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다시 한 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소신 있게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주면 좋아하시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다시 뽑는다면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