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172147195&code=100100
삽날에 죽어가는 4대강 다큐, 서울환경영화제서 상영
최명애 기자 glaukus@kyunghyang.com 입력 : 2011-05-17 21:47:19ㅣ수정 : 2011-05-17 21:47:20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 김성만씨
4대강 사업 현장을 지켜 온 환경운동가가 만든 4대강 단편 다큐멘터리가 18일 개막하는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의 김성만 활동가(31)는 17일 “파괴되어 가는 강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찍어 왔는데, 대형 스크린으로 대중에 상영될 줄은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김씨의 영화는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3~6월의 남한강 일대를 다룬 14분짜리 다큐멘터리다. 그는 지난해 3월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일원으로 경기 여주군 남한강 사업 현장으로 파견된 뒤 지금까지 4대강 사업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바뀌어 가는 강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주 업무다. “카메라에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어서” 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지난 한 해 촬영한 동영상만 영화 수백편 분량에 이른다.
그의 기록 영상이 단편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말 ‘강, 원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과 미디어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강과 사람의 풍경을 12편의 단편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영상 자료 제공차 회의에 참석했던 김씨도 “얼떨결에” 한 편을 맡게 됐다. 모두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들이었다. 그에 비해 김씨는 그 흔한 영화 동아리 한번 들어본 적 없고, 영상이라고는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차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몇 편 만들어 본 게 전부였다.

그러나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그의 영화는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4대강의 모습을 포착해 냈다. 남한강의 여울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현장 접근을 막는 공사 관계자들과 몸으로 버티고 선 동료 환경운동가들이 담겼다. 가물막이 공사로 물이 말라 물고기 수백마리가 죽어가는 장면을 기록하면서 ‘왜 이럴 때 다큐멘터리 감독이 여기 없을까’ 아쉬워했다던 그는, 이제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그 장면을 담았다.
김씨는 “정부는 강이 죽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강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생명들이 삽날에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다큐멘터리 ‘죽지 않았다’는 ‘강, 원래’ 프로젝트의 다른 6편과 함께 오는 20·24일 환경영화제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섹션을 통해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