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8. 08:24

지천 침식으로 낙동강 본류에 새 ‘모래톱’… 준설 ‘하나마나’ - 경향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172210325&code=940701
 

지천 침식으로 낙동강 본류에 새 ‘모래톱’… 준설 ‘하나마나’
박태우·김정훈·최명애 기자 taewoo@kyunghyang.com  입력 : 2011-05-17 22:10:32ㅣ수정 : 2011-05-17 22:10:33

낙동강 ‘지천의 역습’ 우려가 현실로
 
“마치 시시포스가 바위를 올리는 것과 같네요.”

지난 16일 오후 경북 상주시 중동면 죽암리 상주보 아래를 흐르는 낙동강에서 큼지막한 모래톱이 2개나 목격됐다. 하나는 길이 100여m, 폭 10~20m, 또 다른 하나는 그 절반 정도의 규모로 본류 중간에 덩그렇게 들어서 있었다.

상주보가 들어선 낙동강 33공구의 준설사업 공정은 95%. 공사가 사실상 끝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낙동강 본류에 자연현상으로 모래톱이 생겨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숨막히는 흙탕물 지난 14일 낙동강물의 탁도가 599 NTU로 크게 높아진 가운데 황톳빛으로 변한 강물이 하구 일대를 따라 흐르고 있다. 탁해진 강물은 다대포해수욕장에서도 관찰됐다. |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준설작업으로 강바닥이 낮아지고…. 그러니 낮아진 본류보다 높은 인근 지천의 모래와 토양이 최근 내린 비와 함께 빠르게 흘러들어 모래톱까지 생긴 것입니다.”

◇ 악몽의 역행침식 = 취재진과 동행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준설을 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볼 수 있듯 준설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을 본 사람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바위’ 같다”고 입을 모았다. 준설로 강바닥을 계속 파내지만 모래톱 또한 쳇바퀴 돌듯 계속 출현하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다. 준설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천에서 유입된 모래와 자갈 등이 재퇴적되면서 곳곳에서 모래톱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토사와 자갈 등이 유실된 병성동 병성천 하류 150m 구간은 흉측스러웠다. 제방 곳곳이 무너지고 파인 채 흉측스러운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7~8m 높이의 제방 절벽에는 나무가 뽑히고 뿌리를 드러낸 채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다. 하천 모래밭에서 바라본 제방 모습은 무너져내린 흙과 돌더미에 산사태가 난 것처럼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하류 강폭 일부 구간은 모래밭으로 변해버렸다.



강물은 마치 홍수 때처럼 평상시보다 빠르게 낙동강 본류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물살이 급해지면서 지류와 본류 수위 차이를 해소하고 합류지점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하상유지공도 무용지물이었다. 지천 하류 주변에는 모래와 자갈을 담은 지름 1m, 높이 30㎝의 하상유지공 부대 더미가 물살에 휩쓸려 군데군데 처박혀 있었다.

“하천 제방이 무너지고 절벽까지 생겼잖아요. 준설로 낙동강 본류의 바닥을 무조건 낮추다 보니 지천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정수근 국장)

정 국장은 병성천의 황폐한 모습과 급속한 유속이 ‘역행침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성천과 인접한 상주보 일대의 하상이 대규모 준설로 낮아진 가운데 지난 10~11일 상주 일대에 118㎜의 비가 내리자 병성천의 물줄기가 본류로 급격하게 쏠렸다는 것. 그러자 제방이 붕괴되는 역행침식의 단면이 전형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역행침식은 낙동강 20공구 합천보 건설 현장 일대에서도 확인됐다. 인근 지천인 황강 하류에서 상류 쪽 200m 지점까지의 제방은 곳곳이 파이고 무너져 있었다. 역행침식에 따른 피해는 황강 하류에서 1.2㎞ 상류지점에 놓여진 청덕교까지 이어졌다. 이 교량은 최근 내린 비 때문에 교각의 뿌리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쌓이는 모래톱 지난 16일 오후 경북 상주시 상주보 앞에 인근 병성천 등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와 자갈 등이 쌓이면서 큼직한 모래톱 2개가 만들어졌다. 하나마나한 준설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 박태우 기자

◇ 자연의 섭리 거부한 결과는 =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난 곳은 비단 낙동강뿐이 아니다. 남한강 본류가 지천과 만나는 합류부에서도 곳곳에서 재퇴적 현상이 관찰됐다. 지난 13일 경기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섬 앞 남한강에는 열흘 전만 해도 없던 모래톱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삼합리섬 앞은 지류인 청미천이 본류인 남한강과 만나는 지역이다.

지난달 30일 내린 비 때문에 청미천의 하상유지공 일부가 터져 나가면서 청미천의 빠른 물살이 남한강 하류로 흘러들었다.

전문가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모래 재퇴적 현상이 보여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끊임없는 모래 재퇴적 현상은 모래토 하상(강바닥)을 안정화시키려는 하천의 자연스러운 작용”이라면서 “이런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4대강 사업은 앞으로도 엄청난 후유증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지천의 침식으로 토사가 떠내려오면 결국 낙동강 본류에 퇴적되기 때문에 다시 준설해야 하는 하나마나한 사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