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4. 08:16

“구미 단수는 4대강사업과 무관” 수공,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 한겨레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77872.html
 

“구미 단수는 4대강사업과 무관” 수공,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가물막이 붕괴, 준설 탓 아니다”
수공 주장에 시민·전문가 반박
“준설로 유속 빨라져 사고난것”
박주희 기자  기사등록 : 2011-05-13 오후 08:22:13  기사수정 : 2011-05-13 오후 10:48:47
 
한국수자원공사가 경북 구미·칠곡 주민 50만여명에게 큰 불편을 준 단수 사고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이를 막으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사장 김건호)는 지난 12일 ‘구미지역 단수 사고, 4대강 사업과 관련 없음’이라는 제목의 보도 설명자료를 냈다. 수자원공사는 이 자료에서 “구미지역의 단수 사고는 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한 가물막이 보의 아래쪽이 지속적인 물 흐름으로 파여서 일부 구간이 유실돼, 취수 중단 및 단수 사고가 난 것으로 4대강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유실된 가물막이 보를 설치한 이유를 고려할 때 억지주장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무너진 구미 해평취수장의 가물막이 보는 2009년 말 수자원공사가 4대강 공사를 시작하면서 만든 것이다. 대규모 준설로 강바닥이 낮아져서 강을 가로지르는 관로가 노출될 경우 물에 떠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공은 지난해 6월 관로 매설 작업은 마쳤지만, 수위를 유지해 안정적으로 생활용수·공업용수 취수를 하려고 가물막이를 철거하지 않고 놔뒀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아침 가물막이 보 433m 가운데 20m가 무너지면서 취수가 불가능하게 됐다.

수자원공사 수도시설팀 담당은 13일 “4대강 사업 때문에 가물막이를 설치한 것은 맞지만, 가물막이 상류 100m와 하류 50m 안에서는 준설을 하지 않았다”며 “가물막이 보가 무너진 직접적인 이유가 준설 영향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돼 4대강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가물막이 보가 준설지역으로부터 100~200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물살이 준설 영향으로 빨라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공박했다.

수공 쪽의 이런 주장에 구미시민들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봉도 구미풀뿌리희망연대 대표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가물막이 보를 설치할 이유도 없고, 유속이 빨라져 사고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수공이 시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밝히고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엉터리 해명으로 시민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미풀뿌리희망연대는 이달 말까지 이번 단수 사태 때문에 겪은 피해와 관련해 수공과 구미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의 시민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앞서 수공은 단수 사고 이튿날인 9일 ‘오전 11시부터 수돗물 공급이 완전 정상화된다’고 하거나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자체 저수시설이 있어 용수공급 중단이 없었다’는 거짓 발표를 해 사태 대처에 혼선을 준 바 있다. 단수 닷새가 지나서야 고지대까지 구미시 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재개됐고, 구미산업단지 안 일부 공장들은 공업용수 공급 중단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