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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미화 안 했다고 교과서에 색깔 덧칠 안돼 - 경향

civ2 2011. 5. 9. 03:58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082303145&code=940401
 

“독재정권 미화 안 했다고 교과서에 색깔 덧칠 안돼”

글 김형규·사진 서성일 기자  입력 : 2011-05-08 23:03:14ㅣ수정 : 2011-05-08 23:03:18
 
주진오 교수 등 ‘한국사 집필자 협의회’ 구성
보수의 좌편향 공세·수정 요구에 공동대응

 
“교과서 일부 내용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과서로 몰고 가서는 안됩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 구성을 주도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보수진영의 잇따른 ‘좌편향 교과서’ 수정요구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이고 동의할 수 없다. 역사교육을 정치화하려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 6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2일 한국사 과목을 필수화하는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한 이후 보수진영에선 역사교과서를 겨냥한 ‘색깔공세’를 벌이고 있다.
 

주진오 교수

국민행동본부와 조갑제닷컴 등은 “6종의 교과서 필자 37명을 분석한 결과 전교조 교사 등 좌파 성향 필자가 46%인 17명으로 집계됐다”며 “이들이 만든 교과서엔 대한민국 정부를 독재라고 표현한 횟수가 21회인 반면 북한 정권을 독재라고 쓴 것은 5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언론 역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흔들고 자학사관을 부추기는 ‘좌편향’ 교과서를 수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주진오 교수 등 검정교과서 6종 집필자 37명 전원은 최근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를 구성했다. 특정 이념 편향을 공격하는 보수 세력이 오히려 냉전적 대결체제, 재벌 중심 경제구조, 독재권력 등에 대해 일방적 찬양을 강요하고 있다며 적극 대응키로 한 것이다.

보수단체가 특히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주 교수는 “이들에 대한 미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찾고 체제를 옹호하려는 것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이룩한 민주주의 성과를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독재 속에서도 민주화를 일궈낸 우리 국민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를 일깨우는 건강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보다 남한의 권력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 데 대해선 “서술 분량의 많고 적음에서 오는 당연한 차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교과서에 실린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을 두고 “시대를 초월해 모든 전쟁을 비판하려는 의도라는 설명도 분명히 실었다”고 말했다.

주 교수 등 교과서 집필자들은 일본 극우세력이 자국 교과서를 비판할 때 쓰는 ‘자학사관’이라는 용어를 국내 보수세력이 그대로 쓰는 데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검인정 체제로 전환한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국정으로 바꾸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주 교수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교육 내용을 재단하려는 역사교육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달 16일 흥사단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폐해와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교과서 관련 활동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