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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된 '촛불소녀'..."대통령 얼굴도 보기 싫어요"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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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3. 20:23
출처 : http://www.vop.co.kr/view.php?cid=A00000389707
여대생 된 '촛불소녀'..."대통령 얼굴도 보기 싫어요"
김만중 기자 kmj@vop.co.kr ㅣ 입력 2011-05-03 11:02:42 / 수정 2011-05-03 11:46:43
2008년 5월2일 청계광장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를 반대하며 쏟아져 나온 청소년과 네티즌들로 가득 메워졌다.
널리 알려진 대로 당시 촛불집회는 청소년들이 불을 당겼으며, 그중 ‘여중·여고생’들의 참여가 단연 두드러졌다. 10대로부터 시작한 촛불은 20대, 30대, 40대를 포괄하는 전 국민 촛불로 번졌다. 20대들은 주로 ‘대학생’과 ‘네티즌’의 이름으로 상당수 참여했다.
2008년 5월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 메우고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힘차게 외쳤던 당시 ‘촛불 주역’들이 3년이 지난 5월 2일 저녁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다시 모였다. 3년 전 각각 여중·여고·새내기여대생이었던 이들은 현재 여고·새내기여대생·졸업반여대생이 돼 있었다.
3년 전 촛불을 기억하며 광화문에 모인 이들은 가장 많은 '촛불'이 모인 6월 10일을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반면 ‘물대포’, ‘무차별 연행’과 ‘MB대통령’에 대해서는 “어이없고,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평했다.

2일 밤 서울 종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촛불시위 3주년 기념 촛불 동창회'에서 중학교 시절 '해남촛불'에 참석했던 고등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 ⓒ양지웅 기자
시민단체 답사 차 서울에 올라온 김한결(17.전남 강진)양은 “마침 촛불 3주년이길래”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을 찾았다.
한결양은 2008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자주 참여했던 ‘해남촛불’의 분위기에 대해 그는 “명백하게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난 소고기를 강제로 수입하는 것에 대해 참가자들이 분노하는 분위기”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한결양은 “값싼 광우병 소고기를 수입했을 때, 결국 그것을 먹게 되는 사람들은 돈 없는 일반 사람들이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교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교실 컴퓨터로 서울에서 벌어지는 촛불행사를 틈틈이 챙겨봤다.
그는 촛불 시민들에게 물대포 쏘고 사람들을 잡아가는 동영상을 보면서, “친구들과 욕하고 분노했다”며 “그 이후 3년 동안 (정부가) 별로 나아진 점이 없는 것 같아서 요즘에는 대통령의 얼굴도 보기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다”고 토로했다.
당시 여고2학년생이었다가 대학생이 된 학생도 광화문에 모였다. 익명을 요구한 K모(20.동덕여대11)씨는 “3년 전 참여했던 촛불이 어떻게 변한지 보고 싶어서 동화면세점 앞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K씨는 당시 촛불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소고기 수입 문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면서, 협상과정에 대해 숨기는 과정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5~6월 촛불에 열성으로 참여했지만 7월부터는 참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연행 등이 강화되면서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신변안전 등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촛불집회에 끝까지 참여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좋아진 것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MB정부에 대해 BBK 비리 의혹부터 시작해 대운하의 경우도 4대강이라고 말만 바꿔서 계속 추진하고 있고, YTN·KBS 방송장악 논란에도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서 “국민과 소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2일 밤 서울 종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3주년 기념 촛불 동창회'에서 성공회대 이주원(23), 최후(22)씨가 촛불을 들고 있다. ⓒ양지웅 기자
K씨는 “그때 6월10일 날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아예 대통령을 끌어내렸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2008년 당시 새내기 대학생으로 5~6월 내내 ‘집-학교-촛불’ 생활을 했다는 이주원(23)씨는 “처음 광우병 문제를 봤을 때는 꼭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고등학생들이 나서는 것을 보고 나도 나와야겠다고 생각해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됐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촛불에 나와서 촛불소녀, 예비군, 넥타이부대, 유모차 아주머니, 온 가족이 나온 시민들을 만나서 광우병 문제부터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당시 잘못된 정책으로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좋은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기만 해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며 “대학교 등록금 문제, 물가 문제도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만중 기자 kmj@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