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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참패 MB, 또 ‘국민’ 뒤에 숨나? - 미디어오늘

civ2 2011. 4. 30. 15:34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155
관련뉴스 : 오만한 권력심판 여야 가리지 않았다 http://www.naeil.com/news/NewsDetail.asp?nnum=603522
 

재보선 참패 MB, 또 ‘국민’ 뒤에 숨나?

4.27 재보선 민심 핵심은 ‘오만한 권력 심판’…여든 야든 가리지 않아

고동우 기자 | kdwoo@mediatoday.co.kr    2011.04.29  16:20:15 
 
한나라당의 패배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4․27 재보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집값하락, 물가상승, 실업난 등 경제적 불안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도 확인됐던,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론이 바로 그것이다.

민심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각종 실정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확신했던 오만한 한나라당에 무참한 패배를 안겼다. 그런데 이로부터 2달도 채 지나지 않은 7월 재보선에서는, 5 대 3으로 민주당을 외면했다. 영포게이트, 성희롱 추문 등 도저히 한나라당에 승기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결국 “승리에 도취해 오만해진 민주당을 심판한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다. 당시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낙마 등 흠결이 많은 노회한 정치인을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에 공천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일신문은 28일자 <오만한 권력심판 여야 가리지 않았다>는 기사를 통해 “분당은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여당의 오만함을 심판했고 강원도는 선거 막판 터진 불법선거운동 등 오만한 권력의 구태정치에 일침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분당의 경우 “영남에서 5선을 한 노회한 정치인을 공천한 것 자체가 분당 유권자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덧붙이기도 했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일신문은 김해의 경우 “권력화된 유시민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보 선출 과정과 선거 기간 동안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오만한 권력으로 읽혔다”는 것이다. “야당은 ‘노무현의 고향에서 야당이 지겠느냐’고 했지만 설마가 현실이 됐다.”

특히 과거 문국현 후보 지지 전력 등 후보 자격 자체부터 논란이 일었던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선거운동을 치른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경남지역의 한 중견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결과론일 수도 있지만 김 후보는 모든 이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머리를 숙이는 전략을 쓴 반면 이 후보 쪽은 주로 손을 흔들었다”며 “손을 흔든다는 것은 스타가 일반대중에게 하는 인사 방식인데, 그건 정말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국민참여당 측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곳을 한나라당에 내어줄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다.

(사진 : 이명박 대통령 http://www.mediatoday.co.kr/news/photo/201104/95155_82247_3457.jpg)
 
한나라당 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을 경제적 요인에서 찾는 것도 나름 근거가 없지는 않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데는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지역 경제의 침체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물가불안, 고용불안, 실업난, 대기업 위주 정책 등 경제정책에서 실정에 대한 반감이 30, 40대 넥타이부대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다수 언론은 집값 하락에 따른 반발이 한나라당의 안방 같았던 분당 지역에서 전통적 지지자들의 이반을 불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불안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야당이 눈에 띌 만한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 승패를 가른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보다는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등에서 나타난 공약 뒤집기와 신뢰도 상실, 부패․거짓말 인사들의 잇단 인사청문회 낙마, 기자회견․토론회 기피 등 국민과 소통 거부 같은 ‘오만한 권력’의 모습이 표심에 더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김해에서 국민참여당의 패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태도를 여전히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28일 재보선 결과에 대해 밝힌 이 대통령의 입장부터가 그렇다.

이 대통령은 “정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 뭘 거듭나고 바꾸겠다는 것인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마치 자신은 이번 선거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국민’ 운운하며 그 뒤에 숨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큰 흐름에서 국민들의 뜻은 늘 정확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이번에 7번째 치러진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서 국민들의 뜻을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 자신은 정치나 정쟁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국민의 대변자’임을 늘 강조해왔다. 하지만 자신과 한나라당의 오만함을 심판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까지 ‘국민 편’을 자임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마치 대선에서 패배한 어떤 대통령 후보가 ‘국민의 승리’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꼴이다. 바로 그런 태도와 자세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7월 재보선 그 짧은 순간에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한 것을 잊고 또다시 오만함을 보인다면 민심은 그때처럼 가차없이 심판을 내릴 것이다. 민주당도 이를 의식한 듯 28일 논평을 통해 “선거 결과에 민주당이 자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이고, 국민의 승리인데 어떻게 민주당이 자만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민주당은 앞으로 더욱더 긴장하고 겸손하고 더욱더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진한 시민’은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