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엄기영씨, 사필귀정입니다 - 오주르디

civ2 2011. 4. 28. 10:40

출처 : http://blog.daum.net/espoir/8126328
 
엄기영씨, 사필귀정입니다
오주르디 2011.04.28 00:44

선거에 패배한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도리인 줄 알지만 이번 경우는 그럴 수 없군요. 그렇다고 패배를 즐기는 잔인한 짓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필자는 당선된 최 후보나 낙선한 엄 후보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출신지도 강원도와는 딴판입니다. 그러니 어떤 사적인 감정으로 엄 후보의 패배를 즐길 이유도, 최 후보의 승리에 축배를 들 이유도 더더욱 없는 사람이지요.

단지 엄 후보의 패배는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몇 자 적습니다.

선거가 시작될 때 분명 엄 후보가 우세했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나 현지의 분위기 모두 엄 후보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지요. 엄 후보가 기선을 제압하고 시작한 게임이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사진출처: 최문순 의원 홈페이지>

하지만 엄 후보 측은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주어진 판에 비해 처신과 행동이 용렬해 벌어 놓은 점수조차 톡 까먹더군요.

엄 후보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글을 올린 네티즌들에게 제재를 가했습니다. 집권 여당의 막강한 힘을 활용했나요? 명예훼손 운운하며 글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제재를 받은 글들이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나름 법대로 했다고 주장하겠지만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글 삭제 조치로 몇 사람의 입을 막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나 봅니다. 블로거와 네티즌들을 얕잡아 본 처사입니다.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자주 했습니다. 특히 삼척 원전 건설 문제를 두고는 조변석개 식으로 찬성과 반대 사이를 분주히 오갔습니다. 유권자들은 소신 없이 표에만 연연하는 삼류 정치인의 모습을 구경해야만 했습니다.

강릉 펜션 불법선거운동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엄 후보는 죄다 ‘난 모르는 일’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과잉 충성’이라고 둘려댔습니다. 그러는 동안 일당 5만원이 아쉬워 아이 우윳값과 반찬값이라도 벌어 보려고 불법전화홍보에 가담한 주부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이들 주부들은 선거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수백만원의 과태로를 내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주부들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엄 후보의 입술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한 일이라고 보고 받았다”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주부들이 무슨 돈으로 펜션을 빌리고, 제 돈으로 교통비와 점심을 사먹으며 자원 봉사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엄 후보는 천안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펜션 사건은 최문순 후보의 천안함 관련 발언에 분개한 지지자들이 자원봉사자가 돼 불법전화홍보를 한 거라고 말했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야겠다고 벼르고 별렀을 겁니다.

강원도민의 숙원이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끄집어 내 위기 탈출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강릉 펜션 불법선거운동'을 자꾸 거론하면 동계 올림픽 평창 유치가 물 건너 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지요.

천안함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이것들과 펜션 불법선거운동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엄기영씨, 당신은 참으로 황당한 짓을 하더군요.

네티즌들을 얕보고, 유권자들을 무시하고, 민심 앞에서 수시로 말을 바꾸고, 불법선거운동이 적발됐는데도 황당한 궤변으로 맞섰던 말과 행동, 이래서 자초한 패배입니다. 사필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