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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후보에 직접 전달한 서명용지 왜 펜션에서 나왔나 - 민중의소리

civ2 2011. 4. 25. 12:25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87308.html
관련뉴스 : 동사모 회원 동원해 경선 때부터 '불법콜센터' 운영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55949&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2
 

"엄기영 후보에 직접 전달한 서명용지 왜 펜션에서 나왔나"

[단독인터뷰] 동사모 지진호 조직팀장
강릉=정혜규 기자 ㅣ 입력 2011-04-25 07:45:04 / 수정 2011-04-25 09:41:25

엄기영 후보에게 서명용지 전달
지난 2월 동사모 김주한 조직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서명받은 종이를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에게 전달했다. 이때 엄 후보에게 전달한 서명용지들이 최근 불법선거운동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사모
 
"엄기영 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서명용지가 왜 펜션에서 나왔나. 우리가 전달한 서명지를 빼고 IOC에 전달한 것인지 서명지를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다음에 전달한 것인지 엄 후보 측이 해명해야 한다. 지금에 와서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동사모가 선거에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24일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동사모) 지진호(41) 조직팀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003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동사모는 최근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4.27 강원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엄기영 후보측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의 한복판에 서게 된 것.

펜션에 불법 콜센터를 차려놓고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김모(37)씨, 권모(39)씨 등이 24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이어 이들을 지원한 최모(41)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동사모 회원들이다.

특히 지난 한나라당 소속 전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최씨는 엄기영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불법 선거운동이 엄 후보측이나 한나라당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서 핵심 인물이다. 구속된 권씨도 경찰 조사과정에서 "최씨한테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사모 지진호 조직팀장은 동사모가 불법 선거운동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최씨 등 엄 후보 측이 동사모를 선거에 이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동사모 역사는 8년, 최씨 등은 선거 직전 가입... 정작 동사모 활동은 없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올해, 강원지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이번에는 꼭 유치해야한다'는 바닥 민심이 깔려 있었다. 두 차례나 개최지 선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이번에는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민심은 다양한 대중 동원으로 이어졌다. 특히 동사모는 전국 회원 13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으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단체였다.

지 팀장에 따르면 엄기영 후보의 측근인 최씨 등이 동사모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엄 후보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이하 민단협) 회장으로 취임하기 한두 달 전쯤이었다.

이번에 구속된 김씨와 권씨는 동사모 가입 이후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반면 최씨는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낸데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도의원 후보로 공천 심사를 받은 이력 때문에 곧바로 동사모 강릉지부장에 올랐다.

동사모 회원들과 엄기영 후보의 기념사진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와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이 행사는 최씨가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속 모자이크된 인물이 최씨. ⓒ동사모 홈페이지
 
지 팀장은 최씨가 동사모에 가입한지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행동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단체 체계가 바뀌어 최씨는 지부장이 아닌 강릉 동사모 사무처장이 됐다. 그런데 그는 명함을 만들면서 사무처장 대신 사무총장이라고 파더라. 동사모에서 사무총장은 전체를 총괄하는 한명 뿐인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후 중앙과 아무런 논의 없이 지난 1월 1일 강릉의 한 횟집에서 엄 후보와 함께하는 행사를 열길래 동사모에서 제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최씨가 스스로 사무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제명은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최씨는 1월 12~13일 열린 ‘2011평창 FIS 스키점프대륙컵대회’ 등을 시작으로 공개적으로 엄 후보 수행에 나섰다. 이어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실사에서도 최씨는 엄 후보를 따라 나섰다.

최 씨는 지 팀장이 도지사 선거가 시작되기 직전 전화를 걸어 "수행을 잘하고 있느냐"고 묻자, "지금은 수행을 안한다. 대신 강원도 18개 시.군을 조직하러 다닌다"며 선거운동에 뛰어들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릉 모 펜션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사건이 터졌다.

구성원도 모르게 민단협 발기단체 된 동사모, 엄 후보 행사가 동사모 행사로 불리기도

지 팀장은 민단협과 동사모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7일 열린 민단협 창립대회에는 지 팀장을 포함해 동사모 관계자들이 초대됐다. 자료집을 보던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들도 모르게 동사모가 민단협 발기 단체에 올라와 있었다.

그는 "당시 동사모 부회장이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였다. 그가 우리들 모르게 민단협 발기 단체에 동사모가 오르게 했다"며 "이후 논의를 열어 그를 제명처리했다. 당시 제명된 부회장은 지금 엄 후보측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동사모는 도민들의 염원인 '동계 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민단협과 공조 체제를 취했다. 민단협의 요청에 따라 엄 후보가 추진했던 100만인 서명운동에도 동참했다. 어찌되었건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목표는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갔다. 100만 서명운동을 동사모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도가 됐다. 엄 후보는 한나라당에 입당하기 전에도 파란색 옷을 입고 다녔는데, 이 때문에 '출마 의혹'을 받자 "파란색 옷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주체인 동사모의 유니폼이 파란색이다. 이런 시비가 과연 강원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무슨 도움이 될지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지 팀장은 "엄 후보 사업이 자꾸 우리 사업처럼 나오는 게 이상했다"며 "오보에 항의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 팀장은 두 번이나 좌절된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엄 후보측과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개최지가 결정될 7월까지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받은 서명용지 중 일부가 불법 서명운동에 활용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동사모가 불법선거운동의 주체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지 팀장은 "우리 서명 용지가 불법선거운동에 동원됐다고 보도됐다. 서명을 주도한 회원들은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애써 받은 서명 용지가 선거에 이용된 것을 보고 분노하고 있다"며 "우리는 분명히 엄 후보에게 직접 용지를 전달했다. 엄 후보는 우리가 받은 서명지를 빼고 IOC에 전달했는지, 아니면 서명지를 데이터베이스화 한 다음에 IOC에 전달했는지 이번 일과 관련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엄 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서명용지가 펜션에서 발견됐는데, 정작 엄 후보는 '자신과 관계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지 팀장은 서명용지가 선거에 이용된 사실이 IOC 총회에 알려져 동계 올림픽 유치에 치명타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8년간 우리는 두 번 좌절을 했다"며 "불법 선거운동까지 터지고 보니 그간 엄 후보측이 도민의 염원인 동계 올림픽 유치를 이용해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괘씸하다. 지금 엄 후보가 하는 행동을 가지고 '올림픽 정신'이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릉=정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