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최고 톱스타들과 영부인의 한가한 ‘연예가 산책’ - 양정철닷컴

civ2 2011. 4. 13. 09:47

출처 : http://yangjungchul.com/148
 

최고 톱스타들과 영부인의 한가한 ‘연예가 산책’
2011/04/13 08:14  양정철닷컴
 

아이들과 화초를 심는 미셸 오바마 여사(사진 : 뉴시스)
 
다음 대중스타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김연아, 박지성, 배용준, 최지우, 김태희, 이병헌, 장근석, 김정은, 고두심, 채림, 한재석, 박선영, 바다, 조수미, 이미자…. 정답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각종 행사홍보에 함께한 최고의 톱스타들이라는 점입니다.
 
관련 기사의 제목 몇 개를 한번 보시죠.
 
김윤옥 여사, 배용준과 한식 주제로 환담(2009. 11.11.)
김윤옥 여사, 배우 최지우에게 명예 ‘미소국가대표’ 위촉패(2010. 6.23.)
이병헌, 김윤옥 여사와 청계천 만남(2009. 11.12.)
김연아 공연 관람 온 김윤옥 여사(2009. 4.24.)
배우 김정은, 김윤옥 여사와 신작영화 ‘식객’ 관람(2010. 2.6.)
김윤옥 여사, 조수미 자선 콘서트 참석(2010. 12.16.)
장근석, 김윤옥 여사로부터 ‘韓관광’ 펜던트 받아(2010. 6.24.)
김윤옥 여사와 국민가수 이미자씨 청와대 클릭(2009. 3.25)
바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걷기대회 동참(2008. 5.18.)
정운찬, 청와대서 영부인과 김태희도 낚았다?(2011. 3.31.)
“이영표도 33살인데 펄펄 뛴다”…김윤옥 여사, 박지성 은퇴 만류(2010. 07.06.)
김윤옥 여사, 김연아 선수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 위촉(2009. 4.29.)
타이거우즈, 김윤옥 여사가 디렉팅한 ‘한식’ 먹는다(2010. 8.5.)

대통령 부인(영부인)이 청와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해진 건 없습니다. 아마 여론도 나뉠 겁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내조만 잘해야 한다는 보수적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영부인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잘 활용해 여성이나 아동, 음지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는 의미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영부인 개인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 활동 폭과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천편일률의 어떤 기준을 들이대긴 어렵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김윤옥 여사 관심분야는 이렇게 기재돼 있습니다.

“아동교육, 복지 및 문화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분야의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 여사는 저소득층 여성 및 아동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그녀는 또한 아동들이 가정에서부터 조기에 자존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좋은 얘깁니다.

그러면 김윤옥 여사는 그런 취지에 맞게 영부인 지위를 잘 활용하고 있을까요. 아니라고 단정 지어 비판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앞에서 열거한 보도는 영부인 활동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 밖에도 좋은 활동을 많이 하는 걸로 압니다.

제가 제기하고 싶은 논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무리 그래도 연예인 특히 톱스타들을 내세운 이벤트성 홍보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눈에 거슬릴 정도입니다. 그런 행사나 이벤트를 앞세운 홍보는 대개 내실이 없습니다. 한번 홍보로 눈길을 사로잡기엔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국민 실생활을 개선하거나, 내실 있는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위에 소개된 행사들을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최고의 한류스타와 한식을 놓고 환담하는 것이 국민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톱스타와 함께 청계천을 산책하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말뿐인 홍보대사를 임명하고, 펜던트나 패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또 대통령과 영부인이 특정 톱스타 결혼식에 축하 화환을 보내는 건 과연 적절할까요. 참 한가하게 보입니다. 톱스타들 인기에 힘입어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연예가 산책’으로 비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런 활동을 조용히 사적으로 하면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어 홍보하고 기자들에게 알리는 건 다소 품격 없어 보입니다. 한 두 번이면 모르겠으되 과도합니다.

둘째, 영부인의 가장 부각되는 활동은 지금 한식 세계화입니다. 현재 영부인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냥 명예회장만 맡고 있는 게 아니라 거의 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추진단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항상 앞치마를 두르고 한식을 대접하는 모습, 어느 정상이 와도 그 모습, CNN과의 인터뷰도 같은 모습입니다. 국민들은 영부인 하면 한식세계화, 그리고 앞치마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한식의 세계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영부인은 대한민국 ‘퍼스트 레이디’입니다. 세계 10위권 국가의 ‘퍼스트 레이디’입니다. 그런 분이 어딜 가나 앞치마를 두르고 한식 요리를 대접하는 모습에 무조건 박수를 보내긴 어렵습니다.

소망컨대, 영부인은 관저에서 대통령을 위해서만, 아니면 우리 국민 가운데 따뜻한 밥 한 끼 꼭 먹여야 할 소외된 이웃들 앞에서만, 나라의 어머니로 앞치마를 둘렀으면 좋겠습니다. 외국 정상이나 손님들 앞에서 반복되는 그런 모습은, 솔직히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리고 한식 세계화를 꼭 영부인의 역점 활동으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해도 됩니다. 영부인이 그것 안 해도 대부분 국민들은 한식을 먹습니다. 특히 서민들은 다른 나라 음식 고를 처지가 아니어서 꼬박꼬박 한식을 먹습니다.

영부인이 관심 쏟지 않아도 될 일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공무원들이 오버합니다. 구설까지 초래했습니다. 지난 번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처리한 예산안에 정부가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차리는 예산 50억 원을 포함, ‘한식세계화 예산’ 242억 원이 배정된 일 말입니다. 국비 1억을 들여 영부인 명의의 한식관련 서적을 내는 것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 여기자는 이렇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대통령 부인을 통해 전달되는 ‘현모양처’ 메시지에 호감을 느낄 젊은 여성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대통령 부인의 모습이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상으로 보도되는 것도 솔직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공감합니다. 재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앞의 두 가지 문제로 인해, 영부인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다른 분야가 상대적으로 별 부각이 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스스로 소개한 ‘저소득층 여성 및 아동’을 위한 활동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영부인에게만 불행한 일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몇 달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의 활동을 소개한 <민중의 소리> 기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혹시 김윤옥 여사에게 참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 사례를 소개합니다.

미셸 여사는 백악관에 들어간 후 백악관 남쪽 30평 남짓 되는 텃밭에 상추, 당근, 시금치, 토마토 같은 채소를 재배했다고 합니다. 그걸 수확해 인근 학교로 보냈습니다. 그녀가 인근 학교 초등학생들과 함께 친환경농법으로 채소를 키우고 수확하는 모습은 블로그로 중계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아동비만 퇴치와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범정부 프로그램 <Let's Move>가 발족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연방정부는 향후 10년간 학교급식 수급 확대에 100억 달러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미셀 여사의 도전이 공감을 얻고 소중한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미셀 여사는 “미국의 어떤 어린이도 굶주린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서는 안 되며, 어떤 가족도 먹을 것이 없다고 걱정해서는 안 된다”며 의회를 향해 “초당적 사업으로 가자”고 호소했다는 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