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부대가 망쳐놓은 내고향 퇴강리... 낙동강 신부,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 as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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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부대가 망쳐놓은 내고향 퇴강리... 낙동강 신부,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2011/04/09 12:50 앞산꼭지
'낙동강 신부'의 탄식,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생명의 강,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대구생명평화미사를 이끌면서 한나라당의 아성인 이곳 대구에서 여러가지 노력을 해오고 있는 알폰소 신부. (우리는 그를 '낙동강 신부'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그가 바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알폰소 신부입니다.
그 알폰소 신부의 고향이 바로 낙동강 퇴강리입니다. 알폰소 신부는 지난 주말 고향땅 퇴강리에 갔다가 처참히 파괴된 낙동강의 모습을 보고 깊은 탄식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아마도 고향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생명파괴의 행위가 그를 더욱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활동으로 이끌고 있는 듯도 합니다.
▲ 퇴강리 낙동강 둑방에 서 있는 낙동강 700리 표지석. 이곳에서부터 낙동강 700리가 시작된다
알폰소 신부의 고향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는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낙동강 700리'가 시작되는 바로 그 지점의 작은 마을입니다. 낙동강의 지천인 '영강'이 물러가고[퇴강 하고] 비로소 낙동강이 시작된다는 바로 그곳에 들어선 작은 마을입니다.
그 작은 마을 앞으로 영강과 낙동강 원류가 만나 큰 물줄기를 이루고 비로소 낙동강이 되어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 두 강이 만나는 곳에 이곳 사람들이 '땅섬'이라는 부르는, 육지와 연결된 하중도가 있어 그곳에서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이 수박과 참외 같은 농사를 많이 지어왔다고 합니다.
▲ 낙동강과 영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바로 '땅섬'이고(위), 그 '땅섬'엔 지금 밭이 사라지고 이명박 토건정권의 군부대 청강부대가 들어서 있다.(아래) 그러나 적군을 물리쳐야 할 군부대가 낙동강을 물리치려는지, 낙동강 죽이기사업에 동원되어 준설작업 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땅섬'에 이명박 정부가 파견한 '청강부대'란 군부대가 주둔해있습니다. 이명박의 부대 청강부대가 이곳에 주둔하면서 '적군'이 아니라 '낙동강'을 잡고 있다며 알폰소 신부는 깊이 탄식하고 있습니다.
알폰소 신부의 그 깊은 탄식의 글을 아래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내고향 낙동강 퇴강리
지난 주말인 4월 3일, 제주4.3 항쟁의 원혼들이 이 땅에 아직 평화를 갈구하며 우리 마음을 후벼파는 그날에, 제주도에서는 여전히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권력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그날에, 저는 고향에 내려갔습니다.
늙으신 부모님 두분이 쓸쓸히 농자를 짓고 계시니, 감자 심는다고 하시기에.
그러나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밭에서 감자를 심으며 예전 같이 행복한 맨발로 노래를 부를 수 없었습니다. 처참히 파괴되어 가는 고향의 강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무력함과 죄스런 마음으로 차마 ……
내고향 퇴강리(낙동강 칠백리 표지석이 있는 마을) 낙동강엔 거대한 모래성이 바벨탑보다 높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저곳은 옛날부터 수박과 참외, 감자밭으로 유명한 섬이었습니다. 육지로 연결된 섬('땅섬'이라 불렀습니다) 저곳에서 어릴적 '수박스리'도 참 많이 했지요.
적군이 아닌, 내고향 낙동강 퇴강리를 물리치려는 청강부대,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이명박정부가 적군이 아니라 '4대강'을 물리쳐려는지, 군인들을 동원하기 위해 만든 그 '청강부대' 주둔지가 보입니다. 저 멀리 태극기가 펄럭이는 곳이그 자랑스런 이명박정부의 군대 청강부대입니다.
▲ '한반도의 젖줄을 살린다'는 헛구호를 달고 있는, 이명박 토건정권이 창설한 군부대인 청강부대.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할 군인들이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동원되어 낙동강을 죽이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4대강사업이 유발하는 34만개 일자리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가당찮은 일인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멀쩡 흐르는 강을 저렇게 파고( 보이는 강은 낙동강 본류가 아니고,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영강입니다. 지류까지 몽땅 준설을 하고 있습니다) 바닥에 돌을 깔고 콘크리트로 처발라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내려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양쪽으로 물고기길를 내고. 저곳은 수심이 얕아 여름이면 대구나 서울에서 여름 캠프장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물놀이 장소였습니다. 강섶의 버드나무숲에는 온갖 새들과 너구리, 살쾡이들이 살았었죠.
▲ 거대한 준설토 모래성 바벨탑이 쌓인 땅섬의 모습. 사진 - 알폰소 신부
저렇게 해도 괜찮은지. 저렇게 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지. 저렇게 해 놓아도 두렵지 않은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옛 추억과 기억 앞에 부끄럽게 고개를 숙입니다.
순수의 강, 영강에서
그러나 영강 줄기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아직 파괴되지 않은 순수의 거룩한 강이 있습니다. 한번 감상해 보시죠. 저 강가에 앉아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물오리 소리들과 물섶 버드나무와 갈대숲에서 들여오는 온갖 새소리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어머니의 강 영강의 모습. 낙동강도 4대강사업 전에 이런 강이었다. 이렇게 멀정히 살아있는 강을 죽음의 인공수로로 만들고 있는 것이 이명박 토건정권이 벌이고 있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인 것이다. 사진- 알폰소 신부
얖은 여울을 흐르는 물소리와 힘차게 물짓을 하는 물고기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 강섶 버드나무숲과 갈대숲 속에서 역사 드라마 '근초고왕'이 촬영되기도 합니다. 낙동강 본류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저렇게 아름다운 순수의 어머니 강이 거룩한 품으로 인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 하느님, 제발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