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등록금 투쟁 화살 MB 정조준 - 민중의소리

civ2 2011. 4. 8. 17:28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81345.html
 

올해 대학가 등록금 투쟁이 심상치 않은 이유

등록금 투쟁 화살 MB 정조준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ㅣ 입력 2011-04-08 11:15:50 / 수정 2011-04-08 12:10:13
 
'MB가 읽어야 할...'
등록금넷과 참여연대, 한대련이 9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다른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 출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게 반값등록금 공약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대학가 등록금투쟁이 심상치 않다.

비단 삭발투쟁과 점거농성 등이 이어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개나리 투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가에는 해마다 봄이면 등록금투쟁이 벌어지곤 했었다. 삭발, 농성 등도 예년이 올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유는 등록금투쟁의 화살이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2012년 총선.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등록금문제가 향후 정국의 핵심쟁점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 현실의 총체적 반영...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

올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대학가에 등록금 투쟁 열풍이 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수년간 등록금투쟁을 진행해왔던 학생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올해 초 상당수 대학들이 연이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데다 인상한 대학들의 인상률도 대부분 2~3% 정도에 그쳤기 때문. 최근 몇 년간 물가인상률의 2~3배에 달하는 7~8%는 물론 10%가 넘는 인상률을 기록하기도 했던 데 비하면 미미한 인상률이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자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경희대 등을 비롯해 전국 각 대학에서 등록금문제를 이슈로 수 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이어 점거투쟁, 삭발투쟁, 채플거부운동 등이 잇따르고 있다.
 
'자살로 모는 등록금...'
등록금넷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연 MB 3년 반값등록금 이행촉구, 자살한 대학생 추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추모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올해 등록금 투쟁이 달아오르며 여론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넷의 간사를 맡고 있는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등록금문제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에 학생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데다 청년실업의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며, "등록금문제는 단순히 등록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의 총체적인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등록금문제 뿐만 아니라 주거문제,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 등으로 대학생들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대학생들의 분노가 등록금문제로 표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등록금이 현수준에서 동결돼도 대학생들이 처한 전반적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등록금 투쟁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 극한 상황 내몰리면서 MB정권 정조준

여기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대학생연합 박자은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워 많은 대학생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당선된 뒤에 입을 싹 닦았다"며 "등록금과 관련해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정부에 대한 대학생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대학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MB는 거짓말 쟁이'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 등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개강맞이 등록금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최근 등록금 투쟁의 구호가 학교당국이나 교육당국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는 점은 박 의장을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등록금투쟁 현장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는 "MB는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하라"가 돼있다. 등록금 투쟁이 '동결이나 아니냐' 또는 '인상률을 얼마로 하느냐'와 같은 '경제투쟁'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는'정치투쟁'으로 발전한 셈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몇 가지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등록금투쟁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서서히 대선국면이 시작되고 있는 점도 등록금투쟁이 여론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복지' 문제가 차기 총선과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돼 '교육 복지' 문제 또한 주요한 쟁점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 문제는 2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부모들인 40~50대까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각 정당들은 선거를 앞두고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등록금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 단체들도 올해를 등록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기로 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대학생들이 민생을 외면하는 정부에 엄청나게 실망하고 있다"며 "2학기 등록금을 내야할 때가 또 다가온다. 올해는 등록금 투쟁이 절대 반짝하고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전망을 밝혔다.

한국대학생연합 박자은 의장도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등록금 문제에 대한 입장과 약속을 받아내는 운동을 시작으로 4.27재보선에서도 각 후보들에게 등록금문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5월 각 학생회 대표들의 삭발식과 3만배 행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5월말에는 전국 대학생들이 모두 결집해 대규모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