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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공격 범인 북한 아니면 어쩌나’…최시중 ‘북 소행’ 발언에 추적 흐지부지 - 한겨레

civ2 2011. 4. 5. 04:04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it/471204.html
 


‘디도스 공격 범인 북한 아니면 어쩌나’…최시중 ‘북 소행’ 발언에 추적 흐지부지

전문가들 ‘북한 아니라고 주장하면 이적행위 될텐데…” 사실상 손놔
김재섭 기자  기사등록 : 2011-04-03 오후 09:56:41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4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이후 공격 진원지 확인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곤란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위성항법신호(GPS) 교란의 실체를 밝히는 일도 최 위원장의 ‘북한 소행’ 발언 이후 흐지부지되어가고 있다.

3일 정부 관계자와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위원장이 디도스 공격과 지피에스 교란의 주체가 북한이라고 한 뒤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최 위원장이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바람에 진원지를 찾는 작업을 더는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3·4 디도스와 지피에스 교란의 진원지가 북한이라는 심증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보안 전문가들은 디도스 공격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고, 지피에스 교란에 대해서도 ‘정황으로 볼 때 북한으로부터 날아든 전파가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도의 결론만 내린 상태였다. 추가 조사를 거쳐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 이후 대부분 손을 놔버린 것이다.

한 보안 전문가는 “애써서 진원지를 찾았는데 북한이 아닌 다른 곳으로 판명되면 어쩌느냐”고 말했다. 북한의 혐의를 벗겨준 셈이 돼 ‘이적행위’ 취급을 당할 수 있는데 누가 애써서 진원지를 찾으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방통위 실무자도 공식 브리핑에서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를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이번 3·4 디도스 공격은 물론이고 2007년 7월7일 발생한 7·7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보안업체 등의 전문가들은 디도스 공격과 지피에스 교란이 진행중일 때는 공격을 막아내는 일에 집중하고, 공격이 끝난 뒤에는 진원지를 찾는 데 주력한다. 진원지를 찾아야 공격의 목적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 위원장의 성급한 발언이 정확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막아버린 꼴이 됐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