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PD수첩이 신입사원 실습 프로로 바뀌었나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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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27. 03:16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535
“PD수첩이 신입사원 실습 프로로 바뀌었나"
PD들 직접 진행방식에 비판 쏟아져…김철진 부장 “신뢰도 높이기 위한 조치”
고동우 기자 | kdwoo@mediatoday.co.kr 2011.03.24 16:50:28
‘새롭게’ 변신한 MBC PD수첩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PD수첩은 조직 개편 후 22일 첫 방송에서 과거처럼 해당 PD들이 직접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는 형식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홍상운 앵커와 문지애 아나운서, 전문 성우가 이를 책임졌으나 이날은 김종우·박상진 두 PD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PD수첩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은 “나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PD들이 전문 진행자가 아니다 보니, “어색하다”는 비판이 가장 많았다.
이명지씨는 “이번 PD수첩은 완전 엉망이었다”며 “진행자는 모두 로보트 같고, 멘트들은 거품빠진 맥주 같았다”고 혹평했다. 손미숙씨도 “어찌 이렇게 밋밋할 수 있나. 무색무취, 무미건조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조희씨는 “국어책 읽냐?”고 따졌고 윤수영씨는 “PD수첩이 신입사원 실습프로그램으로 바뀌었나?”라고 씁쓸해했다. 이성호씨는 “진행자들이 등 떠밀려 억지로 하는 듯한 분위기가 정말 아쉽다”며 “이제 PD수첩 볼까, 예능볼까 하는 고민이 없어졌다”고 쓴소리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MBC PD수첩의 한 장면. PD들이 직접 진행을 하고 있다.
PD수첩이 소속된 시사교양국 내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PD는 “프로그램을 일부러 망가뜨리겠다는 생각이 아닌 한, 이럴 수는 없다”며 “한때 PD들의 어색한 말투를 흉내낸 ‘PD공책’이라는 패러디가 유행이었는데 다시 개그 소재로 등장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형식 변경은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김철진 시사교양2부장(PD수첩 팀장)이 주도했다고 한다. 김철진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PD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직접 시청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신뢰도와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김 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잘 알고 있고 실제 어색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기존 형식이 익숙해서 반감을 드러내는 점도 있을 텐데 곧 나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청률 중심, 경쟁력 강화가 현 MBC 경영진의 핵심 방침인데 오히려 역행하는 점이 있지 않나”란 질문에는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가 문제인데 고민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요즘 트랜드대로 좀 더 세련되게 가는 게 좋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보완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사교양국 일부 PD는 그러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란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취재 내용이 잘 걸러지지 않는 등 객관화가 안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PD수첩 제작 경험이 있는 한 PD는 “과거 7~8년 동안 현재의 방식으로 진행을 했는데 객관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 바꾼 것”이라며 “부디 PD수첩을 의도적으로 죽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