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안전’ 반복하는 ‘불안한’ 원전 보도 - 피디저널

civ2 2011. 3. 23. 08:14


출처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64
 

‘안전’ 반복하는 ‘불안한’ 원전 보도 

[보도비평]지상파 3사 ‘무조건 안전’…세계 반핵시위는 ‘외면’ 
 2011년 03월 22일 (화) 14:21:26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작금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부터 미래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꼭 필요한 것인지 등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 특히 방송 보도에선 이런 고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원전 폭발사고에도 이명박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주요 방송 보도들은 진도 6.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한국 원전은 안전하며, 일본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피해 역시 한국을 비켜갈 것이라는 얘기들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 3월 16일 KBS 1TV <뉴스9>
 
실제로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원전 폭발의 피해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 11일 이후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 뉴스들은 원전 피해에 따른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일본 현지의 상황과 함께 한국의 안전을 강조하는 보도들로 채워졌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 건물이 폭발한 지난 12일 지상파 방송 3사는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전하면서도 “기상청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일본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기류가 흐르고 있어 당분간 방사능 누출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KBS 1TV <뉴스9>)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규모 6.5의 지진이 원전 바로 아래쪽 지반에서 일어나거나 건물 중량의 0.2배에 달하는 힘이 수평으로 가해져도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가 돼 있다”(MBC <뉴스데스크>)며 한국 원전의 안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은 현실로 나타났고 이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 또한 증폭됐다. 대기 중의 방사능만이 아니라 당장 일본에서 수입한 농·수산식품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부터 재설계하자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 3월 17일 SBS <8뉴스>
 
하지만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는 ‘한국은 편서풍 지대이기 때문에 방사능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보도를 거듭 내보내며 방사능 누출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괴담’으로 규정했다.(3월 15일 SBS <8뉴스> ‘방사능 괴담 떠돌아…전문가들, 한반도 안전’)
 
또 이 대통령의 발언(3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이대통령, 한국형 원전 안전 최고’, 3월 17일 KBS 1TV <뉴스9> ‘MB, 국내원전은 높은 안전기준으로 설계’)을 앞세워 국내 원전의 안전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 정부의 원전 가동 및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이나 환경단체들의 잇단 원전 반대 시위 관련 소식들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PD저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부터 열흘 사이 KBS 1TV <뉴스9>에선 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 등의 원전 가동 중단 소식이나 환경단체들의 반핵 시위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MBC와 SBS도 각각 지난 15일 <뉴스데스크> 마지막 리포트와 지난 16일 <8뉴스> 10번째 리포트에서 세계 각국이 노후 설비 중단 등 원전 재점검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는 반핵 시위 보도는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 ‘방사능 공포, 곳곳 반대시위…각국 원전 긴급 재점검’ 리포트가 유일했다.
 

▲ 3월 16일 MBC <뉴스데스크>
 
지상파 방송의 일련의 보도와 관련해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는 “일본 원전 사태 초기 대다수 방송·언론들이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라 일본 원전 방사능 누출에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정작 ‘현재’의 문제인 일본 농·수산물 수입이나 입국자들의 방사능 피폭 등의 이슈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와 (원전 산업과 이해가 무관하지 않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무조건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보도했는데, 정부도 지난 21일에야 국내 원전에 대한 총점검 계획을 밝히지 않았나”라며 “일본 원전의 안전 신화가 그들이 내부적으로 정한 안전기준 이상의 재해로 깨진 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방송·언론이 대체 무엇을 믿고 ‘우리는 안전하다’는 보도를 되풀이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