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4대강은 '죽은강'이라는 MB, 부끄럽다 - 오마이뉴스

civ2 2011. 2. 21. 21:43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23243&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보배인 강 지킨다는 일본 자치단체장

4대강은 '죽은강'이라는 MB, 부끄럽다


[신년 기획-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 9]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 인터뷰
11.02.21 17:14 ㅣ최종 업데이트 11.02.21 17:53   김병기 (minifat)


지난해 12월 8일,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일본 구마모토현을 찾아갔다. 가와베가와 댐 건설을 중단하고, 아라세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일본의 뼈아픈 선택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도 40~50년이 흐른 뒤에 일본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해외기획-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를 통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조명했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  ⓒ 심규상

"난 댐 건설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수와 치수용 댐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가와베가와 강은 보배이다. 일본 최고의 청류는 이 지역의 가치이다.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강을 지키는 것도 지방정치가 해야 할 몫이다. 지방 주권을 세우는 일이다. 이럴 때 주민의 총 행복량은 증가된다."


가와베가와 강은 보배... 이를 지켜야 주민 총 행복량 증가

일본 구마모토(態本)현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지사가 밝힌 가와베가와 댐 건설 백지화 선언 배경이다. 사전 이메일 인터뷰에 이어 지난해 12월 8일 구마모토현청에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과 마주앉은 그는 지역의 가치와 주민의 총 행복량, 그리고 지방 주권을 중시한 결정이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이날 한국의 국회는 가와베가와 댐 건설과 유사한 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의 선언으로 무산된 가와베가와 댐 건설 계획은 1963년부터 3년 연속으로 벌어진 구마강 유역의 대규모 홍수에서 비롯됐다. 당시 국가 차원의 치수 대책 일환. 1976년에는 특정 다목적댐 법에 따라 '수력발전'을 겸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당초 댐 건설 예정지인 이츠키 마을(五木村)과 사가라 마을(相良村)은 정부 계획을 반대했다. 그런데도 1996년에 댐 본체 공사를 강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 후 공사가 진행돼 용지 취득의 98%, 주택이전(549 가구)의 99%, 도로(연장 36.2km)의 89%가 완료됐다. 다만 어업협동조합과 어업권 보상 문제를 합의하지 못해 댐 본체공사가 지연됐다. 

이런 상황에서 댐 건설 계획을 철회한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과거 주민들은 댐 건설을 찬성했을지 몰라도 40년이 지난 지금의 민의는 댐 건설 포기에 있다"면서 "많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투명성과 공개성의 원칙을 지켰고 정신적 자유(정치적으로 눈치 보지 않는)를 가지고 리더로서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주민들과의 대화 자리는 그의 임기 이전인 2001년부터 9차례에 걸쳐 진행된 주민대토론회 등을 말한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기모토 마사미(木本 雅巳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회 사무국장)씨는 "댐 상류인 사가라촌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첫 토론회에는 30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많은 주민들이 단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기탄없이 표명했다"며 당시 열띤 분위기를 전했다.

모든 자료를 공개한 일본, 많은 자료를 비밀에 부친 한국



▲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  ⓒ 심규상

그는 또 "정부 측은 이 자리에서 수천 명의 주민들에게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토론 안건과 토론의 방식도 사전에 협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4대강 사업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면서  이견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또 찬성쪽 인사들로만 채워진 반쪽 공청회에 이어 국회의원들에게조차 예산의 세부 내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한국 정부의 태도와도 대비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당시 토론에서 댐 건설 찬반 이견이 좁혀진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전한 주민대토론의 결론은 '평행선'이었다. 그런데 토론 전과 토론 이후의 여론은 사뭇 달랐다. 주민들은 투명하고 공개된 토론을 통해 댐 건설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뒤부터 댐 반대 여론이 급등했다.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이런 여론의 변화를 감지했다. 그리고 지사 취임 직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식자회의를 만들어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또 "구마강 유역의 시정촌장, 의회 의원 등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면서 "한정된 기간(선거 때 공약한 6개월간의 기간)에 현지 시찰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견을 청취하면서 주민들에게 가와베가와 강은 소중한 자산이며, 지켜야 할 지역의 보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댐 건설 계획을 전격 철회한 배경을 설명했다.  

- 댐이 건설되면 지역 경제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검토한 것으로 아는 데 그 결과는 어떠했나?

"전문가회의는 댐을 건설해 하천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 설령 댐을 건설해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 세대, 혹은 미래 세대가 안전·안심하고 살아가려면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의 매력인 구마 강의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런 의견들을 많이 참고해서 최종적으로 결단했다."

- 사실상 댐 본체 공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공사 강행을 요구하는 일부 주민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댐 건설 중단 결정이 힘들지 않았나?

"주민의 총 행복 양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물론 댐 건설에 찬성하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홍수에 대한 우려와 댐 건설로 인한 지역의 발전을 원했던 이츠키 마을 일부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또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 자민당 정권에서 댐 건설을 추진해 온 중앙정부와 갈등이 크지 않았나?

"나는 국토 교통성이 이츠키 마을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 후쿠다 야스오 총리에게 이츠키 마을을 버리지 말라고 직소했다. 또 국토 교통 대신을 만나서 내 생각을 전했다. 총리와 내각은 나의 댐 백지화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중단됐던 이츠키 마을의 도로 등 일부 공사를 재개시켰다.

국가와 현, 그리고 강 유역의 시정촌은 댐에 의하지 않는 치수 방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댐 건설 중지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정권이 2009년 9월에 탄생했다. 국토교통 장관이 댐 중지를 표명했다. 이제 댐 건설 사업에 대한 재검토는 민주당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 이미 댐 건설을 위해 주민들에게 보상이 이뤄졌고 이주를 거의 마쳤다. 어떤 후속 조치를 계획하고 있나?

"태도 표명 직후 저를 본부장으로 한 이츠키 마을 진흥 추진 본부를 현청 내에 설치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새로운 진흥 계획을 2009년 9월에 수립했다. 이츠키 마을 진흥 추진 조례를 제정하고, 총 10억 엔을 마을 진흥 기금으로 마련했다. 현 직원을 마을에 파견하는 등 인적 지원도 하고 있다. 현재 국가-지방-이츠키 마을 등 3자 협의를 통해 생활 재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구마모토현 청에서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인터뷰중인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  ⓒ 심규상


탈댐 선언에 힘 실어준 일본, 4대강 반대한 지사 윽박지른 한국

사실 구마모토현의 댐 건설 철회 과정 초기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2008년 3월 선거 때 "가와베가와 댐 건설 여부를 9월 정례 현의회에서 표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지사 취임 직후에 전문가회의(유식자회의)를 발족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했다. 그리고 공약했던대로 9월 정례 의회에서 댐건설 백지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경우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두관-안희정 두 지사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뒤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됐다. 두 지사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방정부 차원의 검증 특위를 만들었다. 이들은 3-4개월 뒤에 보를 건설해 강물을 막고 강바닥을 준설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중앙정부의 치수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흡사했다. 하지만 이후 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진행 상황은 극적으로 갈렸다.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구마모토현의 '탈댐 선언'에 손을 들어줬다. 그 뒤 40여 년간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였던 가와베가와 댐 건설은 결국 백지화됐다. 그리고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의 탈댐 선언에 대해 85%의 현민들은(2008년 9월 구마니찌신문-지역방송사 RKK 공동 여론조사 결과) 박수갈채를 보냈다.   

반면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반기를 든 두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사업권을 박탈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경상남도의 경우 이를 실행에 옮겼다. 또 중앙정부는 4대강 사업에 이견이 있다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겠다면서 지방정부를 압박했다. 일방적으로 혈세를 퍼부어 40~50%의 공정률을 올린 뒤에 이 수치를 들먹이며 지금 공사를 멈추면 혈세 낭비라고 되레 큰소리 쳤다. 아직도 국민의 과반수 이상은 4대강 사업을 우려하고 있다.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에게 한국의 4대강 사업의 개요를 설명하고 조언을 부탁하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대규모 하천 개보수는 사람이나 자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용 이외에 자연 환경 보전 문제 등 지역에 뿌리를 내린 가치관과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주민의 총 행복 양을 극대화한다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 백지화된 가와베가와댐 예정지.  ⓒ 심규상


가와베가와 강은 '보배', 4대강은 '죽은강'?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난 다음날(12월 9일)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댐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445번 국도를 타고 가와베가와 댐 공사 중단 현장을 방문했다. 댐 건설 백지화의 도화선이 된 '주민대토론장' 사가라촌 종합복지관을 지나 농업용수를 조달해주겠다는 정부의 '당근'을 거부한 채 농민들이 직접 10km 상류에서 물을 끌어온 육각형 모양의 취수정.

그리고 물이 부족해도 수확이 가능한 화산재의 검은 차밭을 지나 댐 건설 중단으로 문을 닫은 건축사무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댐 건설에 대한 보상책으로 신축된 공공건물과 학교들도 많았다. 사가라 마을을 지나니 깎아지른 협곡이 나왔다. 수박만한 검은색 자갈과 그 위를 평화롭게 날고 있는 왜가리들. 새로 건설된 도로 밑에는 과거 화전민들이 살았던 집터 흔적만 남아있다. 또 곳곳에 끊겨진 다리와 도로도 있었다. 댐 건설을 위한 토목작업이 진행된 흔적이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이 지역 토호신의 기념비가 세워진 곳. 가와베가와 강의 비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검은 바위를 타고 은빛 물결이 너울대며 흘러 넘쳤다. 수심 3~4m의 강바닥은 속이 훤하게 내비쳤다.

그곳에 서니 남한강 상류인 달천과 낙동강 상류인 영강의 검은 자갈이 떠올랐다.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지고 있는 경천대는 사실 이보다 더 훌륭한 경관이다. 찬 바람을 맞으며 그 곳에 잠시 머물다가 문득 가와베가와 강을 '지역의 보물'이라고 찬탄한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와 아직도 살아있는 4대강을 죽은 강이라고 부정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졌다.  



▲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가 '보배'라고 말한 가와베가와 강의 모습.  ⓒ 심규상



▲ 가와베가와 댐 건설 추진으로 이츠키 마을 주민들이 이주한 마을.  ⓒ 심규상


100km 거슬러 오르는 은어 떼가 그립다

"해안에서 이츠키 마을 꼭대기까지 100km 정도 되는 데 매년 2월 하순에서 5월 중순까지 은어 떼가 올라왔습니다. 강바닥이 시커멓게 보일정도로 많았죠. 아이들이 몽둥이로 강물을 때리면 5-6마리가 떠올랐습니다. 은어만이 아니었습니다. 장어도 많았는데 그건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지금 도쿄의 고급식당에서 은어 한 마리에 1만5천 엔에서 2만 엔에 팔립니다. 구마강 곳곳에 설치된 댐 때문에 어업을 토대로 한 지역 경제도 죽었습니다. 가와베가와 댐 건설도 무산시켰고, 하류의 아라세 댐도 철거를 결정했으니 이젠 그 상류에 있는 세토이시 댐 철거운동을 벌일 겁니다."

일본 하천민간연구자 츠르쇼코씨의 말이다. 이렇듯 수십 년동안 댐을 반대해 온 이런 시민운동가가 내건 환경의 가치와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가 중시한 정치의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강물을 막고 강바닥의 모래를 퍼올려서 '선진국형 하천관리'를 하겠다는 한국 정부는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주민 총 행복량보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자신의 임기내 치적 쌓기에 골몰한 한국의 대통령.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을 민의의 전당에서 주먹으로 무너뜨린 한나라당. 3박 4일간의 일본 현지 취재 일정을 마치면서 그들이 부끄러워졌다.

특별취재팀 : 김병기 편집국장, 심규상 지역팀장, 허재영 대전대 교수(취재자문. 충남도 4대강 재검토특위 공동위원장), 주영덕씨(통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