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차가 달려갈 때마다 사람들이 퉁퉁 튕겨져 나왔다 - 한겨레

civ2 2011. 5. 27. 11:26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9879.html


“차가 달려갈 때마다 사람들이 퉁퉁 튕겨져 나왔다”

시위현장 덮친 대포차에 유성기업 노조원 13명 부상
테러 주인공은 불구속, 합법파업 노동자들은 구속
박수진 기자   기사등록 : 2011-05-26 오후 03:35:48  기사수정 : 2011-05-26 오후 05:16:46
 

» 유성기업에서 근무한 지 18년째 되는 박○○(36)씨는 이날 뒤에서 돌진한 카니발 차량에 부딪쳐 귀와 옆머리가 찢어지고 무릎·어깨에 타박상을 입고 입원 치료중이다. 미혼인 박씨는 걱정하실까봐 부모님께는 사고 사실을 알리지도 못했다. 사진제공 금속노조 충남아산지부
 
‘퍽, 퍽, 퍽, 퍽’ 소리가 났다.

5월19일 오전 1시20분께. 박아무개(36)씨가 뒤돌아봤다. 회색 카니발 차량 한 대가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박씨에게로 돌진했다. 부딪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1 분쯤 지났을까. 귀가 많이 아팠다.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동료들이 ‘정신을 놓으면 안된다’ ‘119를 불러라’ 말하는 소리들이 희미하게 들렸다. 죽는 건 아닌지 무서웠다. 인도로 올라오는 턱이 꽤 높았는데 차량이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안에 있는 ㄷ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귀를 꿰매는 수술을 했다. 의사는 “조직이 죽어 재생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부어 움직일 수 없고, 옆머리도 꿰맸다. 무릎·어깨에 두루 타박상을 입었다.
 
퍽, 퍽, 퍽 하더니 13명 쓰러져

박 씨는 유성기업 충북 영동공장에서 18년째 일해왔다. 몇 년을 빼고는 거의 야간조로 일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내내 서서 일한다. 야간근무를 한 뒤로 소화가 안 되기 시작했고, 낮에는 잠이 안 와 늘 피곤했다. 박씨는 ‘24시간 맞교대’에서 ‘주간 연속 2교대’로 근무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그나마 희망을 걸었으나 회사의 불성실한 교섭 자세로 여전히 야간근무 중이다.

사고 직전인 5월18일에도 박씨는 야간조로 밤 10시에 출근했다. 출근했더니 회사가 ‘직장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씨는 동료 60~70명과 함께 충남 아산공장으로 향했다. 자정쯤에 도착했다. 1시간쯤 뒤 회사에서 고용한 노조 감시원(용역)들이 주위를 돌고 있는지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살피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