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낙동강 물길 끊겨 농사 못짓고 습지까지 말라 -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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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5. 09:27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222208545&code=940701
낙동강 물길 끊겨 농사 못짓고 습지까지 말라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입력 : 2011-05-22 22:08:54ㅣ수정 : 2011-05-22 22:45:14
르포 - 마구잡이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
“수십년 살아왔어도 이런 모습은 처음”
4대강 사업이 장마철을 앞두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 길을 임의로 막거나 트는 바람에 논과 습지는 마르고 강바닥은 펄층까지 움푹 파여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허가도 없이 낙동강 지류의 하천을 메워 임시도로로 사용하는가 하면 가물막이도 없이 준설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와 시민환경연구소가 18~21일 경북 안동에서 부산까지 낙동강 지천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 “농사짓게 도랑 좀 내 주소” = 낙동강 33공구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 위천 하류의 둔치. 1만6000여㎡(5000평)의 논 가운데 1만3000여㎡(4000평)는 모심기철인데도 물이 말라 있었다. 낙동강 사업의 하나인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둔치로 연결돼 있는 농수로(도랑)가 끊겨 모심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위천 하류와 가까운 3000㎡는 펌프로 하천수를 끌어와 농수를 공급하고 있다.

가물막이도 없이 불법 준설 낙동강 33공구 경북 상주시 중동교 아래 낙동강 본류에서 포클레인이 가물막이를 설치하지 않고 불법 육상준설을 하고 있다. | 김정훈 기자
마을 주민 김성조씨(75)는 “작년에도 겨우 모심기를 했는데, 올해는 아예 물 때문에 농사를 못 짓고 있다”며 “이러다간 농사 망치겠다”고 하소연했다.
낙 동강과 금호강의 합수지점(낙동강 23공구)인 달성습지는 물길이 바뀌는 바람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 금호강물은 하구에 이르기 전(약 2.5㎞ 상류)에 갑작스레 물길이 빨라지고 있었다. 인공수로(길이 300m·폭 80m)가 생기면서 금호강물이 낙동강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물길이 바뀌면서 달성습지는 말라가고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달성습지는 항상 1m 정도 물을 머금고 있어야 하는데, 중간에 인공수로를 만들어 낙동강으로 물길을 돌려놓다보니 금호강이 말라간다”고 지적했다.
◇ 하천 무단점용·불법 준설 = 낙동강 33공구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상리 말지천 하류. 폭 30여m의 하천은 절반이 흙으로 메워진 채 2㎞가량 임시도로로 변해버렸다. 하천을 무단점용한 공사현장이다. 준설토를 옮기기 위해 낸 길로 조금만 비가 와도 대규모 토사유출이 불가피해 보였다. 상주시 재난담당자는 “하천점용은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최근 말지천에 점용신청된 적 없다”고 말했다.
말지천과 합수지점인 낙동강 중동교 아래에는 포클레인의 준설이 한창이었다. 준설은 가물막이도 없이 오·탁수가 그대로 강물로 유입되고 있었다. 포클레인은 모래 끝자락에서 물에 빠질 듯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달 15일 경남 창녕군 남지읍(낙동강 18공구) 공사장에서 지반침하로 인해 포클레인 기사가 물에 빠져 숨진 사고현장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 같은 위험천만한 준설 공사는 경북 칠곡군 칠곡보 하류(낙동강 24공구)와 경북 구미 비산취수장 일대(낙동강 25공구)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낙동강 33공구 경북 상주보 바로 앞 자연제방과 길이 움푹 파였다. 수문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들어 물의 흐름을 바꾼 부실설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김정훈 기자
◇ 부실 설계로 제방도 유실 = 낙동강 33공구 경북 상주보 수문 앞, 자연제방과 생태수변공원 일부가 길게 유실됐다. 옛 제방에 있는 고목도 쓰러졌다. 강물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수문이 한쪽에 설치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그 바람에 대량의 방류수로 제방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경북 문경시 영순면 말응리 영풍교 인근 낙동강 35공구 사업장. 낙동강 제방에 설치한 저수호안공(100m)의 토사접합부의 폭 20m, 높이 3m가량이 유실됐다. 낙동강 30공구 경북 구미시 성산읍 감천은 역행침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감천 하류에 하상유지공(200m) 설치를 위해 강제로 물길을 돌린 탓에 모래층(50㎝)에다 펄층마저 높이 1m 이상이 침식됐다.
감천에서 발견된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들도 위협받고 있었다. 마을주민 박모씨(61)는 “수십년을 살아왔어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홍수가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은 “멸종위기종 흰수마자는 모래층과 펄층에 서식하는데 펄층까지 역행침식이 돼 큰일”이라고 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상주보의 제방 유실과 영풍교 저수호안공 유실은 전형적으로 물길을 잘못 읽은 부실설계”라고 지적했다.
2박3일 동안 조사한 낙동강의 50여개 지천 합수지점에서는 대부분 역행침식이 일어났다. ‘보’ 하류지점에는 6~7m의 준설에도 모래톱이 재퇴적되는 현상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