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제주 7대 경관 장사,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민중의소리
civ2
2011. 5. 23. 22:44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95168.html
[기고]제주 7대 경관 장사,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제주환경운동연합 부설 제주환경교육센터 고성식 팀장 ㅣ 입력 2011-05-18 14:25:57 / 수정 2011-05-23 08:26:30

제주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진작가 ⓒ제공 : NEWSIS
제 주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사람들이 제주로 눈을 돌리고 있단다. 공무원들도 일심동체가 됐다. 잘 된 일이다. 그런데 왜? 제주가 유명세를 타고 어머 어마한 경제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란다. 어떻게? 뉴세븐원더스라는 한 민간단체가 실시하는 7대 경관에 선정되면 그렇게 된단다.
뉴세븐원더스? 뉴세븐원더스가 어디지? 그 단체가 4년 전 선정한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아니다.
일단 선정만 되면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엄청난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제학자이며 전 총리가, 제주도지사가, 방송 기자 출신의 부지사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까지 그렇게 말했다.
언 론도 이명박 대통령도 김윤옥 여사도 투표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로 동참을 호소한다. 제주도도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선정에 열을 올린다. 한동안 공무원들은 투표 실적을 보고 해야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논란, 영리병원 문제 등에 관한 여론이 싹 줄어들었다. 우리 국민이면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굵직굵직한 현안이지만 그렇게 됐다.
뉴세븐원더스, '부실한 경제효과 논리'
그 렇다면 뉴세븐원더스 재단을 들어다 보자. UN의 공식 파트너? 아니다. 알고 보니 과거 일시 진행했다. 이 재단의 이사장 버나드 웨버도 현재는 파트너 상태는 아니라고 실토했다. 그럼 유네스코와는? 물론 관련이 없다. 더구나 유네스코에서는 뉴세븐원더스와는 일체의 협력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표명까지 했다.
경제효과?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경제효과는 신 7대 불가사의를 토대로 산출하고 있다.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지역은 뉴세븐원더스의 선정과 관련 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며 역사·문화적으로 의미가 깊다. LA타임즈는 칠레 전 대통령 미셜 바셀레가 이스터 섬의 거대 화강암 모아이 석상과 관련해 그 누구도 이스터섬의 경이로움을 알기 위해 투표 따위를 필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뉴세븐원더스 유치전 ⓒ제공 : NEWSIS
최 근 이러한 경제효과의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이라는 곳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만 되면 최대 1조2,800여억원의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산출의 근거가 된 요르단의 페트라, 인도의 아그라 등지에서 선정 후 관광객 증가율 70%선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 7대 경관에 선정되면 관광객 증가율이 그만큼 오른다고 대입해 그대로 추정치를 산출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관광객 증가의 이유가 뉴세븐원더스의 지정으로 인한 것인지 근거가 없다.
오 히려 이 지역의 관광객 증가율보다 최근 10년간 제주 지역 자연 관광객 증가율이 92%로 훨씬 높다. 경제이론 중에 가마우지를 이용한 낚시법을 빗댄 게 있다. 가마우지는 배가 고파서 물고기는 잡지만 어부가 밧줄로 목에 조여 매 삼키지는 못한다. 어부는 잡힌 물고기만 속 빼가고 굶주린 가마우지는 필요 이상으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나선다.
양적 관광객 증가는 이처럼 경제발전의 욕구로 온도민이 하나 되어 이루어냈다. 그러나 수익은 관광자본과 항공사등에 돌아가고 도민들은 성장의 열매를 고루 가질 수 없었다. 관광산업에 종사하더라도 낮은 임금의 비정규적이 절대다수다.
양 적 관광객 증가가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먹여 살려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허물어지고 관광지 쓰레기, 경관 훼손 문제가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경관을 이용한 단순 관광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관광정책 질적 변화를 다짐한지 몇 해 지나지 않아 다시 경관 관광을 주도하겠다는 점도 맞지 않다.
이번 이벤트 홍보자체에도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며 많은 예산이 쏟아 붓고 있지만 올해 4월까지 제주도 관광객 200여만 명 가운데 내국인 관광객 188여만 명으로 압도적이다.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효과도 알 수 없다.
무분별한 대단위 관광 시설 개발의 우려
이처럼 재단의 신뢰성도 의문이고, 관광 효과도 미지수다. 그럼 왜 일까? 뉴세븐원더스의 마케팅에 편승하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 실 제주도와 정부가 이들의 마케팅에 동참한 데에는 자연자원의 보전보다는 개발 정책, 대단위 관광시설 건설이라는 토건주의가 녹아들어 있다. 재단의 신뢰도 논란이 일자 7대 경관 추진위원회 책임자들은 이번 이벤트가 보전 보다는 경관을 이용한 관광객 유치 마케팅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결국 지금의 이벤트 추진의 발상은 대단위 관광 시설 개발 시도에서 비롯됐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관광을 늘려야 한다는 게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발이 진행될 지역은 당연히 바로 유네스코가 보존 지역으로 정한 자연유산 지구 주변이나 경관이 빼어나 보존 되어야할 곳이 뻔한 일이다. 벌써부터 일부 관광자본은 7대 경관 구호를 이용해 시설 관광 유치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제주가 잘 알려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개발 논리가 확산되고 한편에선 제주해군기지 추진으로 자연자원이 훼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7대 경관 투표에 편승한 개발논리는 제주도의 선 보전 후 개발이라는 다짐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며 지역주의와 애국심을 이용한 환경장사, 대중 조작 논란이라는 후유증과 함께 장기적 계획도 없는 파괴가 곳곳에서 벌어질 우려가 크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부설 제주환경교육센터 고성식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