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1. 07:16

구제역 간접피해 확산에 정부 모르쇠만 - 민중의 소리




구제역 통행제한에 5천만원 빚 화훼 농민 “제발 보상이라도...”

구제역 간접피해 확산에 정부 모르쇠만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1-02-09 18:20:23 / 수정 2011-02-10 16:14:24


구제역에 텅빈 화훼단지

구제역은 농가 뿐만 아니라 화훼업계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화훼단지의 한 도매상에서 꽃들로 가득차야 할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고승민 인턴기자

지난해 경북 안동에서 발발한 구제역이 식을 줄 모르고 확산되는 가운데 살처분 농가뿐만 아니라 간접피해를 입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오은리에서 화훼농업을 하고 있는 석자균(48)씨는 지난해 9월 ㅅ무역과 일본수출용 국화 5천만 원어치(10만 송이)를 납품하기로 계약하고 애지중지 꽃을 키워왔다. 특히 일본에 수출하려면 병충해를 입은 사실이 없어야 되기 때문에 하루 두 차례 이상 들여다보며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9일 이웃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석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열흘여가 지난 12월 8일 석씨의 농장이 위치한 오은리의 한 농가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즉시 오은리의 출입이 엄격하게 차단됐다.

석씨는 처음에는 하루 이틀 지나면 풀리겠거니 생각했으나 통행 제한 조치가 1주일이 돼가도 풀리지 않자 애가 타기 시작했다. 12월 중순으로 예정돼있는 납품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농장에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석씨는 시청에 하소연해 겨우 통행증을 얻어 1주일 만에 농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의 상황은 처참했다. 온도를 제때 올려주지 못해 대부분의 꽃이 얼거나 생육이 멈춰 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농장의 기름탱크를 채울 주유차량도 들어오지 못해 비닐하우스 온도를 제대로 올릴 수 없어 뒤늦게 손쓸 도리도 없었다.

다시 1주일 뒤 통행제한이 해제됐지만 이미 석씨의 꽃은 제대로 피지 못해 수출상품으로서 가치를 잃어버린 뒤였다. 일본에서 인기가 좋은 국화의 일종인 백마 품종을 키워 상당한 이익을 기대했던 석씨는 오히려 5천만원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구제역 통행 제한

구제역 통행 제한 ⓒ민중의소리

석씨는 시청을 찾아가 피해 보상 방안이 없는지 문의했으나 규정도, 전례도 없는 일이라 뾰족한 수가 없다는 답밖에 듣지 못했다.

석씨는 “살처분 농가들은 보상이라도 받지만 통행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농민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시청에서는 융자라도 받겠냐고 물었지만 그것도 빚인데 나중에 어떻게 갚겠냐”고 한탄했다.

영주시청 구제역 상황실 관계자도 석씨의 피해에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이라면서도 “통행 제한 구역 안의 식당 등도 피해보상을 요구하는데 현재로선 규정도 없고, 중앙 부처의 지침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위두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가축뿐만 아니라 구제역에 따른 통행제한으로 작물 피해도 엄청난데 농민단체가 계속 피해보상을 촉구해도 정부가 모른 척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위 사무총장은 “농민들은 지금 아무 죄도 없이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하고 있다”며 “구제역 사태가 끝나면 보상 문제와 함께 전면적인 이명박 무능정권 규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62002.html